10년 전 모 광고에서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며 '지킬 건 지킨다'는 바른생활 사나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한 청년이 전장을 이끄는 강렬한 남자로 돌아왔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12일 낮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고지전'의 주인공 고수와 인터뷰를 했다. 이날 인터뷰 도중 고수라는 이름처럼 재테크에도 고수일까라는 생각에 불현듯 질문들 던졌다.

"혹시 사업이나 재테크에 관심 없으세요?"라는 갑작스런 질문에 고수는 단박에 "네. 없어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고수는 이어 "안 쓰는 게 버는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돈을 안 쓸 순 없지만 아끼려고 노력 중입니다" 며 "돈 관리는 부모님이나 주변 분들이 도와주고 계세요. 전 지금 하는 영화가 좋고 아직 제 연기에 부족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고수는 '고지전'에서 6·25전쟁 휴전 협상 중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남북 병사들이 벌이는 치열한 전장의 악어부대 중대장 김수혁을 연기했다.

고수는 드라마 '피아노', 영화 '백야행', '초능력자' 등에서 보여줬던 순박하면서도 유약한 이미지와 상반된 강인한 캐릭터 연기에 대해 "중대를 이끄는 리더를 연기하면서 10회 촬영 때까지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어요.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연기가 편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진 전투신들은 함양, 전주, 고흥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했어요. 가장 중요한 고지 전투신은 2차례 산불로 폐허가 된 함양의 한 산에서 이뤄졌죠. 불에 그을린 나무들도 많아 전쟁 상황이 더욱 실감나게 표현된 것 같아요."

고수는 별명 '고비드'에 걸맞게 조각같은 외모와 특유의 정직한 모습으로 기자의 질문에 정중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 영화에 대한 반응을 묻자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기존의 전쟁 영화, 드라마 패턴과 달리 '고지전'은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로, 특히 여성 관객들은 영화를 본 후 다음 날까지 여운이 가시지 않아 먹먹해하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경닷컴 유원 기자 u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