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그저 땀 흡수가 잘되고 청결하기만 하면 됐던 속옷이 요즘은 참 많이도 변했다. 피부에 바로 닿기 때문에 순면을 사용한 백색의 속옷에서 벗어나 요즘은 색상이나 디자인 모두 가지각색이다. 브래지어 하나에 들어가는 부자재만 해도 20가지 이상일 정도로 기능은 복잡하고 디자인은 화려해졌다.

속옷을 단순히 감추지 않고 패션의 일부로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한층 옷차림이 가벼워진 거리에 나가보면，얇은 흰색 티셔츠나 블라우스 안에 검은색 브래지어를 보란 듯이 입고 있는 여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뒷면이 비치는 소재로 된 옷이나 등 쪽에 트임이 있는 옷에는 어김없이 속옷이 노출돼 있다. 또한 남성들 사이에서는 바지 위로 상표나 로고가 드러나게 입는 넓은 밴드의 속옷이 인기다. 속옷을 일부러 보이게 입는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인데 말이다.

이처럼 속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로 충만한 사회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본'이다. 기본을 지켜야 성공한다는 법칙은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유효하다. 변화의 속도는 날로 빨라질 것이고，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욕구도 세분화되고 다양해질 것이다. 한층 복잡해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 또한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양'보다는 '질'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가깝다. 매출과 같은 가시적인 수치는 눈에 바로 보이기 때문에 결국은 판매량 증가 등 '양'의 증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쉽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는 마케팅 전략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 아닌，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비용을 내고 제품을 구매할 때 기대하는 모종의 가치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세대에 관계없이 어떤 고객이든 품질이 뛰어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받으며，브랜드로부터 기대하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을 다시 찾는다. 단기간의 할인 이벤트나 홍보로 일시적인 호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한다고 해도，기본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57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여성의 몸매를 아름답게 가꿔주는 파운데이션 란제리 브랜드로 긴 시간을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도 여성들이 속옷에 바라는 가장 기본인 '기능'에 충실해 왔고，그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의 운영방향을 구상할 때도 늘 '기본'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려 노력한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간 나뭇가지들에 물과 양분을 제공하는 것은 뿌리로 귀결되듯，무엇을 하든 기본에 충실하면 실패가 적기 때문이다.

김진형 < (주)남영비비안 사장 kjh@vivi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