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은 다시 시작된다. 바벨(Vavel) 프로젝트."

서울 남대문로 서울스퀘어 23층의 한 사무실에 걸려 있는 문구다. LG전자 MC사업본부 내 마케팅 · 영업 부서가 입주해 있는 곳이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 회의실 입구에는 전설 속의 바벨탑 상상도가 그려져 있다.

◆10월이 승부의 분수령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바벨탑은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신의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건설을 시도한 건축물.TF 사무실의 영어 단어는 원래의 'Babel' 대신 승리를 상징하는 'V'를 넣어 'Vavel'로 쓰여져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기존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흔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마케팅맨들이 독기를 품고 있다. 15일부터 판매하는 국내 최초 무안경 3D(3차원) 스마트폰 '옵티머스 3D'와 10월에 출시하는 4.5인치 전략 스마트폰으로 전세를 뒤엎자는 각오로 전 직원이 비상 근무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 업체에 있다가 지난해 경력직으로 입사한 P씨는 "가족들과 전화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매일 전쟁을 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바벨 프로젝트'라 불리는 4.5인치 스마트폰은 올 하반기 LG전자의 최대 승부수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MC사업본부 내 인력을 대거 차출해 '옵티머스 2X','옵티머스 블랙','옵티머스 3D' 개발팀을 각각 구성했다. 이들 세 제품들로부터 확보한 △듀얼코어 CPU(중앙처리장치) △이중 메모리 관리(듀얼 메모리) △UI(유저 인터페이스)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4.5인치 제품에 총집결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하는 '가을의 전설'을 쓰겠다는 것이다.

◆"5%는 어렵지만 30%는 쉽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구본준 부회장 취임 이후 '독한 실행력'을 강조하고 있다. MC사업본부 연구조직을 스마트폰 위주로 완전히 개편했다. 출근시간은 오전 9시에서 8시로 당겼다.

이런 분위기는 영업 조직에서 더 실감나게 드러난다. 매주 열리는 영업 및 마케팅 회의는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감이 넘친다. 휴대폰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도 워낙 독하게 달려들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무실 곳곳에는 "글로벌 No.1 상품 사용은 우리부터"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여져 있다. 포스터에는 LG전자가 그동안 출시한 스마트폰이 지구를 쭉 둘러싸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단순히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자부심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서별 게시판에는 "5%는 어렵지만 30%는 쉽다"며 근본적인 혁신과 성과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나영배 전무는 "최근 출시한 제품들에 대한 반응이 좋아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 있다"며 "최고 제품들을 앞세워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