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1지망으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를 써냈다. 무자본 기업 인수 · 합병(M&A)이나 주가조작에 뛰어든 조폭 등 경제 분야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면서 강력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평검사 인사에서도 이 부에서 1명 뽑는 데 20명이 넘게 지원했다고 한다.

법조계 인사시즌이 다가왔다. 예전에는 고교나 대학후배를 챙겨주던 미풍양속(?)이 있었다. TK(대구 · 경북)가 득세하던 시절 경북고는 '광어',경북고 이외 TK 지역 고교 출신은 '도다리',기타 지역 출신은 '잡어'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 옛말이다. 지금은 고교 평준화로 한 해 수십명씩 사시합격자를 내는 대원외고를 비롯한 특목고 외에는 검찰 내 주류가 사라졌다.

◆KTX영향 대구청 상한가

판 · 검사의 첫 임지는 성적 순이다. 검찰에서 사법연수원과 사법시험성적을 합친 임관성적 1등은 서울중앙지검에 배치되고 이어 서울의 동 · 남 · 북 · 서부,수도권,지방 등으로 성적에 따라 서울과의 거리가 결정된다. 법원도 1등이 서울중앙지법에 가는 등 비슷하다. 윗선으로 갈수록 지역안배가 큰 변수로 작용한다. 서울 지역의 지검에 근무 중인 모 부장검사는 최근 고향과 가까운 여주 강릉 충주 지청장을 희망근무지로 써냈다. 그러나 고향과 가까운 곳은 못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둬 고향을 피해 인사발령을 내는 이른바'향피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치권에 있는 친구들조차 "오지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대구와 춘천의 인기가 높아졌다. 지역 연고 대통령을 많이 배출한 대구는 과거 '전직 대통령과 ○○ 관계인데…'라는 '빽'을 쓰는 등 텃세가 심해 기피 지역이었다. 요즘은 KTX 때문에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져 상한가다. 고속도로가 새로 뚫린 춘천도 마찬가지다.

◆사건 많은 형사7부 "고생했다"

검찰에서는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가 최고 출세코스로 꼽힌다. 검찰인사를 담당하는 등 힘이 센 곳이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이런 자리다.

부서별로는 일반 형사부서보다는 금융조세조사부나 대형 비리 사건을 맡는 특수부,해킹 · 기술유출 등 첨단범죄 수사를 맡는 첨단범죄수사부 등이 선호 부서다.

형사부에서는 거칠고 복잡하면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이른바 '깡치' 사건이 많은 부서일수록 기피된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강남경찰서 사건이 넘어오는 형사7부가 이런 케이스다. 사건 수가 다른 부서의 1.5~2배 수준이고 피해액 규모가 5억원이 넘는 사건이 즐비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에 오르내릴 만한 대형 사건을 찾기는 힘들다. 이곳을 거치면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고위 공무원들의 명예훼손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형사1부와 지식재산권 사건을 맡는 형사6부는 '깡치'가 적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된다.

◆인사적체로 10년차 배석판사도

사법고시 합격자 증가로 판 · 검사 임용도 늘면서 인사 적체가 생기고 있다. 후배에게 밀리면 옷을 벗는 검찰과 달리 평생법관제가 보장된 법원에서 더욱 심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5년간 주심 옆에서 배석 근무를 하면 혼자서 판결하는 단독 판사로 승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법원에서는 '10년 차 배석판사'도 찾아볼 수 있다.

7년차인 한 배석판사는 "예전에는 6년차 배석판사에게 '6년근 판사'라는 말을 썼는데 6년근 인삼이 제일 비싼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빨리 단독으로 가라는 의미였다"며 "요즘은 흔해진 7년차 배석에게 '미운 일곱살'이란 별명이 붙었다"고 말했다. 7년차쯤 되면 부장판사와 재판 합의를 보면서 자기 소신을 거침없이 표현하기 때문이다.

단독을 맡았다가 다시 배석으로 돌아온 판사들도 있다. 이들은 '파기환송 판사'라 불린다. 파기환송은 잘못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일이다. 8~10년 차 배석판사들 중에는 이런 '파기환송'판사들이 많다.

임도원/이고운/심성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