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부지역 A뉴타운에서 첫 번째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B구역 조합은 분양가를 놓고 시공사와 실랑이 중이다. 시공사는 주변 아파트 시세에 맞춰 3.3㎡당 분양가를 100만원 이상 내리고,중대형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를 중소형보다 낮게 잡으라고 요구해서다. 조합 측은 겉으로는 반발하면서도 얼어붙은 분양시장을 감안할 때 수용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 뉴타운 1호 분양구역들이 분양가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소형 평균 분양가가 중대형보다 비싼 '분양가 역전'현상이 지방 수도권을 거쳐 서울 뉴타운에 상륙할 가능성도 커졌다.

◆조합들도 분양가 인하 공감대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왕십리 전농 · 답십리 북아현 등 서울 뉴타운에서 하반기 첫 일반분양을 시작한다.

첫 번째 일반분양의 분양가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주변 생활권역의 랜드마크가 될 이들 아파트가 뉴타운 및 인근지역 후속 공급물량 분양가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시공사들에 따르면 당초 수준보다 분양가를 낮추려는 구역이 속속 나오고 있다. 왕십리뉴타운의 경우 조합들은 당초 3.3㎡당 2000만원 이상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려 했지만 시공사들의 반대로 일부 구역에선 1800만~1900만원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D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인하 협의가 거의 마무리됐다"며 "미분양 물량을 떠안는 것보다 빨리 분양을 마무리하는 게 이익이라는 점을 조합 측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분양가 역전 현상 나타날까

9월 분양 예정인 A뉴타운에선 중대형 평형 분양가를 중소형 평형 이하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시공사들이 분양가 인하와 함께 중대형 분양가를 내리지 않으면 시공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힐 정도여서 분양가 역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C건설 관계자는 "인기 주거지역인 아현동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의 중대형 평형이 1년 이상 미분양 상태"라며 "신규 분양되는 중대형 평형이 인기가 없다는 점을 조합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역전은 지방에서 시작해 수도권까지 올라왔지만 서울 핵심 지역에선 아직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S건설 관계자는 "하반기 공급이 예정된 구역은 일반분양 물량이 수백 가구씩으로 많아 분양에 실패하면 시공사도 곤혹스럽다"며 "시공사들이 앞장서 분양가 인하와 역전을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수요자 관심 가질 만"

조합원들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불만이다. 일반분양 수익이 줄어들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여서다.

청약 대기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뉴타운 컨설팅업체인 국제마스터연구소의 송인규 소장은 "4대 뉴타운으로 꼽히는 왕십리뉴타운이 분양에 실패하면 하반기 강북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수요자들이 수천만원의 차익을 기대할 정도로 공급가를 낮춰 일반분양에 성공하면 서울 재개발 분양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1급 뉴타운이 3.3㎡당 1800만~1900만원,2급 뉴타운이 1500만~1600만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3000만~4000만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가수요도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