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을 준비 중인 정부는 걱정이 태산이다. 야당에서 제기한 '경제 민주화' 등이 복지예산 증액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에서조차 비슷한 요구가 강하게 들어오고 있어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올해 예산 편성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벌써부터 여당에서 반값등록금을 포함해 각종 복지예산 증액 요구가 들어오고 야당도 '3+1복지'(무상급식 · 무상보육 · 무상의료+반값등록금)에다 일자리,주거 복지까지 합해 표에 도움되는 예산은 모두 반영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공세에 대한 방어 논리를 개발해 재정건전성을 지켜내는 게 올해 예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부처가 재정부로 올린 내년 예산 증액안을 줄이는 일부터가 만만치 않다. 부처들이 요구한 내년 예산과 기금의 지출 규모는 모두 332조6000억원으로,이를 다 반영하면 올해 예산보다 7.6% 늘어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 6.9%를 웃돈다.

증가폭으로는 복지 분야(6조2000억원 증액)가 가장 크다. 요구안대로 하면 내년 복지 관련 예산은 92조6000억원으로 총 예산(요구안 기준)의 27.8%에 달할 전망이다.

재정부는 각 부처가 올린 예산 요구안을 깎기 위해 이달부터 9월 말까지 치열한 협상을 벌인다. 하지만 정부 고민은 정작 다른 데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처 예산 요구안을 축소 조정해 국회에 넘기더라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부처안보다 더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각 부처 예산 요구안에는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등 각종 대형 사업 예산이 빠져 있다.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예산들이 추가될 경우 내년 예산 증가율은 1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정부 추정이다. 10%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렸던 2009년 증가율보다도 높은 것이다.

재정부는 중기 재정운용계획에서 늦어도 2014년까지 균형 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매년 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해 내년 재정수지 적자를 당초 예상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보다 낮출 계획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복지 증액 요구를 막아내지 못할 경우 균형 재정 목표 달성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