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선박업체 시도상선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상 처음으로 거래은행의 외국 지점 금융거래 자료도 확보해 이 회사의 해외 자금 흐름을 집중 분석 중이다. 시도상선 등 역외 탈세 수사를 받는 기업들은 무죄를 주장하지만 검찰은 강경한 수사로 이들 기업을 옥죄고 있다.

◆검찰,권혁 회장 조만간 소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13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도상선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거래 명세서 등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국세청에서 넘겨받은 세무조사 자료와 지난 6일 우리금융지주의 전산시스템 자회사인 우리FIS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탈세 정황을 잡고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시도상선 본사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만간 이 회사 권혁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4월 권 회장이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음에도 탈세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며 사업하는 것처럼 위장해 8000억~9000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역대 최대액인 4101억원의 세금도 추징했다. 권 회장은 그러나 추징 세금을 내지 않았으며 최근 우리은행 홍콩지점에 예치돼 있던 350억원가량의 자회사 예금도 모두 찾아갔다.

해운업으로 자수성가해 '한국의 오나시스''선박왕'으로 불리는 권 회장은 현재도 160여척의 배를 보유하고 활발한 사업을 하고 있다. 그가 소유한 시도상선 법인 자산은 10조원,개인 자산은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조세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은행 외국지점 자료 최초로 확보

시도상선 수사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은행 외국 지점의 금융거래 자료를 확보해 앞으로 다른 역외탈세 수사의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시도상선의 홍콩 자회사인 CCCS와 우리은행 홍콩지점 간 자금 흐름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분석 중이다. 시도상선 홍콩 자회사는 이 지점에 수십개의 거래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과거 역외탈세 수사를 하면서 국내 은행들의 외국 지점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에 정보기술(IT)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해당 서버들이 은행 자회사 등 국내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은행들이 보안과 관리문제 등으로 해외에 서버를 옮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검찰이 다른 역외탈세 사건에서도 은행 해외지점의 국내 서버자료 확보에 팔을 걷어붙일 전망이다.

검찰은 올 들어 '역외탈세'를 금융수사의 주요 관심업무로 잡고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해외로 자금을 빼돌려 15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중견 완구제조업체 애드벤트엔터프라이즈의 박종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해외로 돈을 송금한 것처럼 꾸며 수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골프왕' 유신일 한국산업엔지니어링 회장을 5월 재판에 넘겼다.


◆ 역외탈세

해외 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외국으로 돈을 빼돌려 세금을 포탈하는 행위.해외 소득은 납세 대상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국세청도 파악하기 어렵다. 과세가 없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소득을 이전하거나 해외에 투자하는 것처럼 송금한 후 빼돌리는 방식 등으로 불법 증여도 이뤄진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