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현재 연 6000만대 수준인 베트남 휴대폰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 가까이 확장한다. 향후 전체 휴대폰 생산량의 35%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발판으로 신흥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3일 "베트남 옌퐁 지역에 위치한 휴대폰 공장의 생산량을 연 1억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늘어난 설비는 올가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2009년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의 현재 생산 능력은 연 6000만대로 지난해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 능력 2억9500만대 가운데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휴대폰 생산의 35~40%를 베트남 공장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설되는 베트남 공장에선 피처폰뿐만 아니라 저가형 스마트폰도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신흥국 시장 공략을 위해 100유로(15만원) 내외의 저가형 스마트폰 제품을 준비해왔다.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은 2월 "올해 150달러 내외의 저가형 스마트폰 모델을 새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4월에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갤럭시 미니'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2001년 중국 톈진에 해외 첫 휴대폰 공장을 건설한 이후 중국 후이저우와 선전 · 베트남 · 브라질 · 인도 등 6곳에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해 놓았다. 지난해 생산량 2억8291만대 가운데 해외 생산 비중은 80% 정도다. 갤럭시S2 등 고급형 제품은 한국 구미 공장에서 생산하고 중저가 제품은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주요 휴대폰 업체들은 올 들어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이들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150~300달러 내외의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아시아 · 아프리카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난해 9100만대에서 올해 1억3960만대로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또 향후 5년간 이들 제품 판매량은 연평균 3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300달러 이상 고가 스마트폰 제품 판매 성장률은 연 평균 12%로 예상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노키아가 장악하고 있는 저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중동 · 아프리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5%로 50.0%의 노키아와 큰 격차를 보였다. 경쟁업체인 애플도 오는 9월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