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원리금보장 상품 가입자들에게 최고 연 5.2%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퇴직연금 적립금은 예 · 적금 등 최고 연 4%대 고정금리 상품에 대부분 투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금융회사 손해가 커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출혈경쟁을 감수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금융회사와 퇴직연금 가입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 금리 대신 · 현대證,최저는 부산銀

13일 한국경제신문이 25개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시한 원리금보장 퇴직연금 금리(12일 기준)를 조사한 결과 연 4.30~5.18%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적용금리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퇴직연금 원리금보장 운용방법 관련 준수 기준'을 마련,이번 달부터 시행 중이다.

최고 금리를 주는 곳은 대신증권과 현대증권으로 나란히 최고 연 5.18%(1년 적용 기준)를 제공한다. 이어 △대우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각 연 5.15%) △우리투자증권(연 5.12%)△LIG손해보험(연 5.11%) △미래에셋생명보험(연 5.10%) 등의 순이다. 가장 낮은 금리를 주는 곳은 부산은행으로,최저 연 4.30%를 제시했다.

이 같은 금리대는 사업자 간 출혈경쟁을 우려해 당국의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많이 낮아진 것이다. 한 금융권 퇴직연금 관계자는 "작년 1분기 연 8% 중반으로 고공비행했던 퇴직연금 상품금리는 올 들어서도 연 5%대 후반에서 머물다 새 기준 시행을 앞두고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가입 늘수록 역마진 커지는 퇴직연금

문제는 상당수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적립금을 대부분 고객에게 주는 금리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예 · 적금 및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넣어 굴린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집계한 지난 5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최고 금리를 주는 대신증권의 경우 총 871억원의 적립금 가운데 653억원(74.97%)은 원리금 보장형 ELS,166억원(19.05%)은 예 · 적금,51억원(5.08%)은 기타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자하는 ELS는 일반적인 ELS와 달리 사실상 고정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된 상품으로 최고 수익률이 연 4.0%를 넘지 않는 게 보통이고,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연 4.0~4.3%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익률 높은 장기상품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적립금 투자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