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이 정반대의 고민에 빠졌다. 기대 이하의 경기회복에 초조해진 미국은 'QE3(3차 양적완화)' 카드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은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등 여전히 튼튼한 체력을 과시했다. 중국은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의 고삐를 더욱 당길 전망이다.

◆버냉키,3차 양적완화 시사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3일 3차 양적완화를 시사한 것은 소프트패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미국 경제가 더블딥(경기 회복 뒤 다시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냉키 의장은 경기 부양을 위해 FRB가 검토하고 있는 조치는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이른바 양적완화 조치와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인하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초저금리 기조를 얼마나 더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FRB가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는 것도 경기부양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버냉키 의장은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올해 상반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앞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에 따라 FRB가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에 걸쳐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오히려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경계했다.

FRB는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직후 총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단행했으며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 조치에 나서 올해 6월 말까지 국채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다만 FRB 내에서도 추가 부양책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조기 출구 찾기를 주장하는 일부 위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져 경기부양 조치를 더 빨리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 백악관도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이 주택시장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산하의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모기지 증권 투자자들에 대한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 추가 금리인상 전망

중국 국가통계국은 13일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9.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0.2%포인트 떨어진 9.5%로 나왔다.

하지만 6월 소비와 산업생산이 모두 증가하는 등 성장에너지가 충만한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 억제를 위한 추가 금리인상 등 긴축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6월 산업생산증가율은 15.1%로 전월 13.3%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 6월 소비증가율도 17.7%로 전월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산업생산과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경제성장률 역시 9% 이상 고공행진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박한진 KOTRA베이징센터 부장은 "올 상반기 금융기관의 위안화 신규 대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줄었는데도 성장률은 9.6%를 기록했다"며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렸지만 지난달에 탄탄한 성장기조를 보였다는 것은 중국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긴축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4%를 기록,3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왕젠 중국거시경제학회비서장은 "돼지고기 가격을 비롯한 식품가격 상승 탓에 CPI가 오는 11월 연중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인플레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황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전날 "인플레 억제야말로 모든 정책에 우선한다"며 물가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주 금리를 올렸지만 이달 안에 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양적 완화

quantitative easing.금리가 제로에 근접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한계에 부딪쳤을 때 중앙은행이 발권력(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동원,통화량 공급을 늘려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정책.

베이징=조주현/워싱턴=김홍열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