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장착' 연기금, 증시 구원투수로 출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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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사학연금 주식 비중 목표치 밑돌아
하반기에 집중 투자…'지수 상승' 견인할지 관심
하반기에 집중 투자…'지수 상승' 견인할지 관심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이 하반기 최대 3조원가량의 주식을 추가 매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반기 자금 집행을 미뤄온 탓에 지난달 말 주식 투자 비중이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올라 자연스럽게 주식 비중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예년처럼 하반기에 급하게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우정사업본부 등 주식 비중 미달
13일 국민연금을 포함한 5대 주요 연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5월 말 현재 전체 운용 자산 340조원 중 18.2%인 62조600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올 연말 주식 비중(18.0%) 목표치와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1.95% 떨어진 걸 감안하면 지난달 주식 매수 규모에 따라 소폭 하회할 수도 있다.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관리공단 등은 상반기 말 주식 비중이 목표치에 미달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운용 자산(예금 부문) 58조원 중 4.07%인 2조4000억원만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연말 목표 비중은 4.69%다. 사학연금도 국내 주식에 1조9300억원(20.2%)을 투자해 목표 비중(21%)을 밑돈다.
이윤규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은 "지난달 2050선 아래서 비중 확대에 나섰으나 2~3일 만에 바로 반등하는 바람에 300억원 남짓 사는 데 그쳤다"며 "전체 자산 내 국내 주식 비중 목표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도 상반기 말 2조4700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해 목표 비중 아래에 있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상반기 말 주식 비중이 23.4%로 연말 목표(19.2%)를 넘어섰다.
◆3조원 이상 추가 매수 여력
연기금이 주식 비중을 조절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주식을 더 사지 않아도 장이 오르면 전체 운용 자산 내 주식 비중이 올라간다. 반면 횡보하거나 빠질 경우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목표치를 맞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연기금별로 목표 비중에 일정 부분 허용치를 두고 있긴 하지만 연말 목표 비중을 맞춘다고 가정할 경우 현 지수대에서 5대 연기금은 총 3조원 이상 추가로 매수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 자금 집행이 2분기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보여 지난해와 비슷하게 쫓겨가면서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과거에도 연기금 순매수는 3분기 말부터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기금의 월별 순매수 추이를 보면 9월이 598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10월(3328억원) 12월(3133억원) 11월(2639억원) 순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증시가 하락할 경우 매수 규모를 늘리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운용 자산 증가분을 반영해 일정 금액만큼 꾸준히 사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5월 말 주식 비중은 목표치에 부합하지만 340조원인 전체 운용 자산 규모가 연말에는 360조원으로 20조원가량 불어나 이 비중을 맞추기 위해서는 2조6000억원 정도를 사들여야 한다. 이날 국민연금은 3600억원 규모의 주식 위탁 자금 집행을 위해 신규 자산운용사 5개사와 투자자문사 7개사 등 12개사를 선정하기 위한 회사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번 주말 최종 선정한 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도 4000억원가량 추가로 사들일 여유가 있으며 교직원공제회(최대 2300억원) 사학연금(1700억원) 등도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이미 비중을 넘겨 연말까지 1680억원가량 줄여야 한다.
이 단장은 "유럽 재정위기의 이탈리아 확산 우려로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주식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오른 건설 금융 정보기술(IT)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