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사람이 정해지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황우여 원내대표와 상의하겠다"고 13일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홍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를 초청,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중요한 관건"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선에 대한 결심이 서면 여당 지도부와 상의해 내정 발표를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마지막까지 일을 열심히 할 사람이 필요하며,스타일리스트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스타일리스트 발언은 검 · 경 수사권 논란과 관련, 사퇴한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것이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거론되는 것과 관련,"한나라당 내에 부정적 의견이 많은 만큼 충분히 재고를 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렇지만 청와대 내에선 권 수석에게 무게중심이 기우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에 있다고 장관으로 못 나가는 것은 좀 억울한 일 아니냐.난센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관이나 수석이나 모두 대통령 참모 아니냐"며 "미국은 백악관 보좌관이나 장관이나 다 세크러테리(비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 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기용될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 "과거에 괜찮았던 사람들은 로펌 변호사 해서 전관예우에 다 걸린다. 전관예우가 안 된다는데 그럼 어떻게 하느냐"며 "인재풀이 굉장히 국한돼 있다. 이제 검찰에서 나간 사람은 못 쓰게 돼 있다"고 말했다.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부담도 있다. 권 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다가 만에 하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등에 힘입은 정국 반전의 호기를 놓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막판까지 고심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일단 '권재진 법무부 장관'카드를 놓고 한나라당 내 반대파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르면 14일께 예상됐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민정수석에 대한 인사는 다소 늦춰질 수 있다.

이날 오찬 회동에서 최고위원들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당에 힘이 쏠리는 달라진 당청 관계를 보여준 것이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책임은 당에 있으므로 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평창 유치 이후 지지율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는 나 최고위원의 질문에 "지지율이 올라가면 (떨어질까봐) 불안해지고,지지율이 내려가면 (올라갈) 기회가 있다"며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과 홍 대표는 오찬 후 약 40분간 단독면담을 갖고 대통령과 당 대표 간 상시적인 대화 채널을 유지하기로 했다.

홍영식/구동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