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만 된다면"…헌법까지 멋대로 해석하는 정치권
민주당이 대기업 견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 민주화'를 '보편적 복지'와 함께 차기 집권 플랜의 키워드로 제시,13일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를 당내 기구로 발족시켰다.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119조 2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119조 1항)는 기본정신을 무시한 채 2항만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기업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보복이 두려워 공정거래위원회나 동반성장위원회에 고발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민주당이 나서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의 길을 찾겠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기 최고경영자(CEO)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중소기업 고유 업종을 법으로 못박고 △민주당이 집권하면 중소기업부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사실상 내년 선거공약을 내놨다.

헌법119특위 구성을 제안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불이 났을 때는) 소방서 119가 있고 서민 · 자영업자가 위기에 처할 때는 헌법 119조 2항이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해 서민대책특위 위원장 시절 대기업 개혁을 주장하며 헌법 119조 2항을 거론,정치권이 시장경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의 근거로 헌법 조문을 과잉 해석하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황성기 한양대 교수는 "119조 2항이 대기업 규제 근거 조항이 되는 것은 맞지만,1항의 기본권 조항(기업 영업의 자유)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를 침해할 정도의 과도한 규제는 힘들다"며 "2항을 근거로 정치권이 마녀사냥식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헌법 119조

1항: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2항: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 분배를 유지하고,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