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직비리 척결과 기강 확립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국토해양부 고위 공무원이 사무실에서 전별금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국토부는 전별금 명목으로 약 76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유모 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과 전별 금품 제공을 주도한 고모 대전국토청 도로계획과장을 13일자로 각각 직위해제했다.

금품 수수는 유 전 청장 이임식 직후인 지난 12일 오후 5시40분께 청장실을 급습한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직원에 의해 적발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유 전 청장의 비위 혐의에 대해 사전 제보를 받았다"며 "청장실에서 상경하기 위해 싸놓은 짐을 풀 것을 요구했고 유 전 청장이 순순히 응해 금품을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전 청장은 대전청 직원들로부터 행운의 열쇠 2개(개당 순금 한냥,총 구입가 410만원)와 현금 100만원,업체 관계자로부터 진주반지 1개(구입가 250만원)를 각각 전별금 명목으로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오후 국장급 인사에 대한 내부 결재가 났다"며 "이후 12일 이임식 전까지 고 과장이 직원 20여명으로부터 전별금 명목의 돈을 거둬 행운의 열쇠 1개를 샀으며 나머지 열쇠 1개와 현금은 개인적으로 선물했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실과 국토부는 전별 금품을 제공한 대전청 직원과 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제공 경위,대가성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 연찬회 사건을 계기로 권도엽 장관이 청렴의무 준수를 특별지시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철저하게 조사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직위해제는 그동안의 '관행'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공직비리 척결 의지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국토부의 한 간부는 "공직자의 몸가짐과 관련된 모든 일과 관행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점검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토부에서 자꾸 사건이 불거져 국민께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유 전 청장은 기술고시 20회로 본부 발령이 나면서 중용됐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이번 전별금품 수수로 모든 경력과 명예를 잃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과천정부청사 내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지방청이 많은 부처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공직비리 척결 의지가 아무래도 지방에선 강도가 약하게 전달될 수 있어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 개연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장규호/남윤선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