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아이폰 위치추적' 첫 위자료 지급 결정 "사생활 침해로 정신적 피해"
창원지방법원이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한 애플코리아에 대해 위자료 지급 결정을 내리고 애플코리아가 지급 명령을 이행했다. 이에 따라 300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아이폰 ·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졌고,위치정보 활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또다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헌법 17조 위반했다"

이번 소송은 아이폰 사용자인 김형석 변호사(37)가 제기했으며 아이폰 위치 추적과 관련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결정을 받기는 처음이다. 아이폰 위치 추적 관련 소송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제기됐다. 지난 4월 아이폰 위치 추적이 문제가 되자 애플 본사가 해명 자료를 내기도 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창원지법 결정과 관련해 가장 궁금한 점은 위법사항이다. 김 변호사는 헌법 제17조(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위반 혐의로 제소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개인정보법에 따라 정부 허가를 받은 사업자라도 사생활을 침해했거나 이를 방조했다면 범죄가 인정된다는 의미다.

애플코리아는 위치정보법에 따라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사업자 허가를 받았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각종 위치정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폰이나 패드의 위치를 수시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은 위치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폰에 장기간 저장되도록 해놓아 문제를 야기했다.

◆사생활 침해 가능성 인정

창원지법의 결정은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 자체와는 무관하다. 위치정보를 수집한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 위치정보가 사생활 침해에 이용되도록 방치했다는 것을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위치정보가 아이폰에 암호화하지 않은 채 장기간 보관됐기 때문에 트래커(위치 추적) 프로그램으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김 변호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애플의 범죄는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문제"라며 "명백한 사생활 침해여서 헌법 제17조 위반으로 제소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메이커나 이동통신 사업자의 위치정보 수집 행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 법에는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정부 허가를 받게 했고 위치정보 활용에 대해서는 정부에 신청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위치정보 수집 자체를 문제로 삼기도 하지만 이렇게 엄격히 규제하면 편리한 위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줄소송으로 이어질까

위치정보를 어디까지 개인정보로 봐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경찰 측과 방통위 간에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경찰창은 다음커뮤니케이션 구글코리아 등이 수집한 위치정보가 개인정보라며 압수수색까지 해 검찰에 기소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특정인을 식별할 수 없는 단순 위치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애플과 구글의 위치정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했다. 위치정보법에 따라 위치정보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방통위는 개인 위치정보의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위치정보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창원지법 결정에 대해 애플코리아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애플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재판정에 직접 나서거나 대리인을 보내진 않았지만 절차에 순순히 응했다.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경우에도 이렇게 대응할지는 알 수 없다. 어떤 경우든 이번 결정은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