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요즘 같이 이 증시 격언이 잘 맞는 경우가 없다. 각종 호재만 나오면 해당 기업 주가가 거꾸로 가고 있어서다. 주가가 미리 오르고 호재성 내용이 시장에 공식 발표되면 급락하는 식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증시 여건, 미흡한 내부정보 관리 통제 등이 이같은 현상의 주범으로 꼽힌다.

14일 증시에서 보해양조는 지난 8일간의 급등세를 마감하고 전날보다 450원(3.73%) 내린 1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의 빌미는 역설적으로 호재성 공시가 제공했다. 코스닥 기업 케이프는 이날 보해양조 지분 7.87%(19만8220주)를 장내에서 취득해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경영참여' 목적이다.

보해양조의 최대주주 임건우 회장이 특별관계자와 함께 지분 37.66%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적대적 M&A(인수ㆍ합병)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 케이프 측도 보해양조와 사업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라고 선을 그었다.

적대적 M&A 목적이든 사업협력 목적이든 케이프의 보해양조 지분 매수는 수급 등 여러 면에서 주가에 긍정적이다. 실제 보해양조 주가는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8거래일 동안 약 46% 급등했다.

하지만 공시 이후에는 두 회사의 사업 협력이나 적대적 M&A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기존 주주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이 지분 취득 계획을 밝힌 신텍도 비슷한 경우다.

삼성중공업은 전일 산업용 보일러 업체 신텍 지분 27%를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분 계약이 이행되면 삼성중공업은 신텍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삼성의 품에 안긴 신텍은 그러나 지분 양수도 계약 내용 발표 당일 하한가로 추락했다.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이 훨씬 이전부터 알려진 뒤였고, 주가도 급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이리버 주가도 비슷한 패턴이다. 지난 12일 구글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 '스토리 HD'를 만들어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에 공급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곧바로 하한가를 쳤고, 그 다음날인 13일에도 13% 넘게 급락했다.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관련 내용이 이미 시장에 알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정보 비대칭성은 선진 증시에 비해 큰 편이다. 이로 인해 먼저 정보를 취득하는 투자자가 많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료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급등락 한 종목은 추격매수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센터장은 "특히 M&A 관련 종목은 실제 시너지 효과가 주가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중소형 종목 같은 경우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