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멘토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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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엔 멘토(mentor) 열풍이 불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합창단을 지휘하던 박칼린 씨가 '폭풍적 인기'를 끌었고,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가수지망자들을 지도하는 멘토들이 나와 자신이 직접 뽑은 지망자를 가르치는 멘토링을 보여준다.
그룹 '부활'의 리더인 가수 김태원 씨는 무명생활 20년 동안의 경험을 들려주며 그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큰 공감을 얻으면서 '이상적 멘토'로 꼽히고 있다. 그뿐 아니다.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1 대 1로 멘토-멘티(mentee)가 돼 대학에 들어가는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도 각종 지자체와 학원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멘토'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트로이전쟁에 나가는 이타케 섬의 왕 오디세우스가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이자 조언자인 멘토에게 맡기고 떠났다. 멘토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까지 텔레마코스를 20여년간 아버지 대신 돌보고 교육하며 오디세우스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성장시켰다. 이 때문에 고유명사였던 멘토는 '지혜로운 조언자'라는 뜻을 가진 보통명사가 됐다.
필자가 멘토를 경험하게 된 것은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로 공부하러 갔을 때 기숙사를 배정받음과 동시에 멘토를 배정받았다. 그 대학에서는 입학생이 들어오면 같은 과 선배들을 멘토로 연결시켰다. 외국인인데다 영어도 능숙지 않은 필자는 그 멘토 덕분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당시 필자의 멘토는 기숙사 빨래방에 있는 기계 중 어떤 기계가 좋은지에서부터 대학교 앞 맛집,동아리 소개,그리고 교수들의 버릇과 성향,심지어는 어떤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지에 대한 시험 노하우까지 전수해주었다.
필자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후배 멘티들에게 멘토해주면서 선배 멘토가 베푼 고마움을 조금은 갚은 것으로 느꼈다. 그때 선배 멘토에게 받은 족집게 노트를 아직도 기념 삼아 가지고 있는데,볼 때마다 그때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 즐거운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러고 보면 멘토라는 이름은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훌륭한 인생의 조언자가 많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계셨고,대학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고향이나 중고등학교 선배들이 자연스레 조언자가 돼 주었다.
그런데 지금 '멘토'에 새삼 포커스가 맞춰지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세상이 복잡해져 인간관계에 의한 자연스런 조언으로는 세상살이에 대한 지식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고,좀 더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조언을 통해 만족스런 결과를 하루빨리 얻어야 할 정도로 하루하루가 절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진정한 '멘토'의 존재가 목마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승덕 < 국회의원 audfbs@unitel.co.kr >
그룹 '부활'의 리더인 가수 김태원 씨는 무명생활 20년 동안의 경험을 들려주며 그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큰 공감을 얻으면서 '이상적 멘토'로 꼽히고 있다. 그뿐 아니다.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1 대 1로 멘토-멘티(mentee)가 돼 대학에 들어가는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도 각종 지자체와 학원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멘토'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트로이전쟁에 나가는 이타케 섬의 왕 오디세우스가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이자 조언자인 멘토에게 맡기고 떠났다. 멘토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까지 텔레마코스를 20여년간 아버지 대신 돌보고 교육하며 오디세우스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성장시켰다. 이 때문에 고유명사였던 멘토는 '지혜로운 조언자'라는 뜻을 가진 보통명사가 됐다.
필자가 멘토를 경험하게 된 것은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로 공부하러 갔을 때 기숙사를 배정받음과 동시에 멘토를 배정받았다. 그 대학에서는 입학생이 들어오면 같은 과 선배들을 멘토로 연결시켰다. 외국인인데다 영어도 능숙지 않은 필자는 그 멘토 덕분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당시 필자의 멘토는 기숙사 빨래방에 있는 기계 중 어떤 기계가 좋은지에서부터 대학교 앞 맛집,동아리 소개,그리고 교수들의 버릇과 성향,심지어는 어떤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지에 대한 시험 노하우까지 전수해주었다.
필자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후배 멘티들에게 멘토해주면서 선배 멘토가 베푼 고마움을 조금은 갚은 것으로 느꼈다. 그때 선배 멘토에게 받은 족집게 노트를 아직도 기념 삼아 가지고 있는데,볼 때마다 그때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 즐거운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러고 보면 멘토라는 이름은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훌륭한 인생의 조언자가 많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계셨고,대학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고향이나 중고등학교 선배들이 자연스레 조언자가 돼 주었다.
그런데 지금 '멘토'에 새삼 포커스가 맞춰지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세상이 복잡해져 인간관계에 의한 자연스런 조언으로는 세상살이에 대한 지식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고,좀 더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조언을 통해 만족스런 결과를 하루빨리 얻어야 할 정도로 하루하루가 절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진정한 '멘토'의 존재가 목마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승덕 < 국회의원 audfbs@unite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