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美 경제 긍정적 시그널에도 주목해야
미국 경제는 소프트패치(경기회복 후 일시 둔화)를 겪고 있다. 현재 상황이 더블딥(경기 재하강) 같진 않다. 미국 경제는 최근 일시적인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봄에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정 불안으로 석유 가격이 급등했다. 높아진 석유가격은 소비자들에겐 세금이 불어난 것과 비슷하다. 지난 3월 일본 도호쿠 지역의 지진 · 쓰나미 피해로 인한 공급망 붕괴도 경기를 둔화시키는 한 요인이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일본에서 공급받아야 할 부품 부족으로 2분기 자동차 생산이 17% 감소했다.

다행스럽게도 올 하반기 미국 경제는 지금보다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석유가격은 최고가에 비해 15% 하락하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였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모두 감세 혜택을 받았다. 일본발(發) 공급 불안이 진정되면서 자동차 생산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을 1.0~1.5%포인트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출구전략을 늦추려 할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출구전략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경제가 안정되고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버냉키 FRB 의장도 금리 정책에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만약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정 적자 감축 논의가 성과를 거둔다면 그것은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또 다른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재정 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적자폭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해결 방법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복지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부자에 대한 과세를 늘리려 하는 반면 공화당 진영은 과세 정책은 현 기조를 유지하고 정부 지출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내년에 있을 미 대선과 연관이 있지만 그럼에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에 부는 훈풍만큼 맞바람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주택 경기는 아직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업을 포함한 미국 내 8개 직장 중 하나가 주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은행들은 담보 물권 행사를 위해 다수의 주택을 쥐고 있다. 부동산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올수록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유럽의 재정 위기도 지금까지 미국 경제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국의 금융시장과 수출전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시장도 큰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페르시아만의 불안정한 정치상황이 석유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긍정적인 신호와 출구전략 지연 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식시장은 2009년 3월에 바닥을 친 후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90% 상승했다. 최근 개선된 경제상황을 반영해 주식시장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경기 회복과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경제전망은 장기적으로 기준금리에 영향을 줄 것이다. 2차 양적완화가 지난해 이뤄진 이후 미 국채 수익률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올라갔다. 2차 양적완화는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켰고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 속에서도 국채 수익률은 계속 상승했다.

낙관적인 경제 전망은 상품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상품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FRB의 양적완화 정책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최근 상품가격이 하락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주식과 채권,통화,상품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개선된 경제상황에 우리는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유럽의 재정위기,에너지 가격 상승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야 하지만 말이다.

손성원 < 美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