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을 높여서 40층,50층 아파트를 짓는 게 주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기부채납률을 낮춰서 사업성을 높여주는 게 중요하죠."(미성1차 주민 김모씨 · 83)

서울 신사동 광림교회에서 14일 열린 '압구정 지구단위 정비 계획안 주민설명회'에는 650여명이 몰렸다. 하지만 높은 관심과는 달리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주민들은 썰렁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1차 전용 160㎡(54평형)에 살고 있는 김모씨(53)는 "기존에 나왔던 계획안에 비해 나아진 점이 없는 것 같다"며 "부담금 등 사업성에 대해선 서울시와 강남구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주민이 나중에 결정할 일이라고만 대답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기부채납 비율에 대한 갈등은 여전히 첨예했다. 미성1차 주민 임모씨는 "30년 전 택지 개발 당시에 이미 토지를 기부한 상황인데 이번에 또 기부하라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드림 브리지'(보행교)도 탐탁지 않다"며 "서울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시설이라면 서울시나 강남구에서 돈을 대야지 왜 압구정 주민이 50%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현대13차 주부 김모씨는 "한강변을 사유화하는 게 아니라 다른 시민들과 나눠 써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똑같이 기부채납률 25%를 적용받은 이촌동 렉스아파트는 학교부지 등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공시설물이 들어오는데 압구정지구에 들어설 시설물은 주민들의 편의와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3차 주민 최모씨는 "1구역만 올림픽대로가 지하화되고 남은 2 · 3구역은 덮개 방식으로 공원을 조성하면 한강 접근성이 개선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비계획 설명회가 열렸음에도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백병무 압구정동 부동산써브한국공인 사장은 "주민설명회가 끝나면 문의하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해야 하는데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조용하다"며 "기존에 예상했던 계획안에서 큰 변화가 없고 용적률만 약간 높아진 수준에 그쳐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근 대일부동산 라학균 사장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기부채납하는 방식이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사업성이 나아진 게 없다고 여기고 있다"며 "아직 추진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은 단지도 많기 때문에 앞으로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