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권재진 민정수석을 두 번이나 중용하려다가 좌절했다. 2009년 6월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 후임으로 권 수석을 적극 검토했지만 대구 · 경북(TK) 출신 발탁에 부담을 느껴 막판에 포기했다. 지난 5월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려 했으나 한나라당의 반발에 부닥쳐 또 물러섰다. 그렇지만 이번엔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이 대통령은 14일 법무장관에 권 수석,검찰총장에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낙점하고 이를 한나라당에 통보했다. 한나라당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의총에서 큰 반대가 없으면 곧바로 인선 내용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소장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굳이 권 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려 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은 5가지를 꼽았다. 우선 현역을 빼면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검찰을 떠난 인사들은 대부분 로펌에 가거나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연 수입이 많게는 수십억원이 돼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권 수석같이 충성심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 수석이 우직하게 일하는 스타일이어서 대통령과 손발이 잘 맞는다"고 했다. 그는 "능력과 법조계의 신망을 겸비한 데다 검증 과정에서 특별한 결격 사유가 드러나지 않은 점도 발탁의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에선 권 수석의 기용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홍준표 대표와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수용' 쪽인 데 반해 소장 · 쇄신파는 '민심을 잃는 카드'라며 강력 반발했다. 때문에 청문회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이날 국회의원 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권 수석의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은 당과 정부 모두에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15일 열릴 의총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홍 대표는 관훈토론회에서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게 적절치 않다는 논리에 반대한다"며 거듭 찬성 의견을 밝혔다. 친이계인 조해진 김영우 의원은 "대통령제 아래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철학을 공유하는 국무위원이 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