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벤처캐피털이었던 한국기술투자(KTIC)에서 벌어진 수백억원대 횡령과 주가조작,배임 사건이 14일 대법원에서 일단락됐다.

서갑수 전 한국기술투자 회장(65)과 서 회장의 장남인 서일우 전 KTIC홀딩스 대표(37) 부자(父子)는 경영이 악화된 2008년 회사자금 313억원을 횡령하고 사채를 끌어들여 주가조작을 한 혐의 등으로 2010년 구속기소돼 업계에 충격을 줬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이날 서 전 대표의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는 유죄로 보았으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다시 판단하라며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항소심에서 서 전 대표는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서 전 회장은 상고하지 않아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이 올해 초 확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서 전 대표)가 서 전 회장 등과 공모해 한국기술투자의 자금을 횡령한 점을 유죄로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가 계열사인 KTIC글로벌 등의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빌린 자금을 회사 채무로 돌려 회사가 손해를 봤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서 전 대표의 배임 혐의는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돈을 빌리는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회사가 해당 채무를 갚을 의무도 법적으로 없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