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최하는 이매진컵 윈도폰7 부문에서 나란히 1,2위에 오른 것은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무척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 1세대 벤처인들이 만든 회사 중 게임이나 인터넷 기업들은 크게 성공한 경우가 많았지만 소프트웨어나 보안업체들은 명맥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대학생들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생태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을 휘젓고 있는 것은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에 또 다른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일본 시장 잇따라 평정

대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최근 세계 앱(애플리케이션 · 응용프로그램) 시장에서는 한국의 젊은 벤처인들이 만든 앱이 선풍을 일으키며 상위권을 휩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매진컵에서의 성적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본 앱스토어의 경우 주간 전체 순위 1위를 한국 기업들이 만든 앱이 번갈아가면서 차지할 정도다. 미국 시장에서도 아이폰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한국 기업들이 출시한 앱이 선전하고 있다.

젤리버스라는 벤처회사가 지난 4월 애플 앱스토어에 선보인 사진 편집 앱 '큐브로'는 출시되자마자 일본 영국 등 16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모바일게임업체 컴투스가 만든 게임 앱은 일본 앱스토어에서 3개가 잇따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포도트리가 개발해 4월에 출시한 영어 공부 앱 '슈퍼 0.99'는 일본과 한국 앱스토어에서 1위에 등극했고, NHN 창업자 출신 천양현 코코네 회장이 만든 어학용 앱 '키키토리 왕국'도 일본 앱스토어 1위에 올랐다. 엔터플라이라는 벤처회사가 만든 '에어 펭귄'도 올 3월 미국 앱스토어에서 1위에 올랐다. 올 한 해만 놓고 보면 미국 일본 등 해외 앱스토어에서 주간 1위에 오른 한국 앱은 10개가 넘는다.

◆모바일 시대의 총아 한국 젊은이들

미국 일본 등은 한국보다 먼저 아이폰이 출시되고 앱스토어가 열린 곳으로 일찌감치 앱 개발 비즈니스가 발전한 나라들이다. 한국 개발자들은 이들 지역보다 앱스토어를 늦게 접한 데다 언어의 제약까지 극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은 왜 유독 앱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을까.

이석채 KT 회장은 이와 관련,지난 5월 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스마트폰 시장으로의 진입이 늦었지만 일단 흐름을 타기 시작하자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모바일 환경에 적응해갔다"며 "한국 사람들의 다이내믹한 성향은 스마트 모바일 시대와 찰떡궁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PC 기반 인터넷 시절보다 훨씬 호흡이 짧고 빠르게 변하는 모바일 시장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한국 젊은이들은 진취적이고 적응력이 빠르다는 것이다. 한국 '모바일 키즈'는 기성세대들과 달리 해외 시장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어나 문화적 차이도 겁내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앱스토어 시장은 스피드와 실행력을 갖춘 한국 젊은이들이 도전하기 좋은 시장"이라며 "조금만 더 지원해주면 지금 한국 골퍼들이 PGA나 LPGA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것처럼 젊은 앱 개발자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