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없는 스몰딜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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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 10여건 성사
기존사업 시너지 극대화…사모펀드보다 SI가 주도
기존사업 시너지 극대화…사모펀드보다 SI가 주도
7월 들어 기업 인수 · 합병(M&A) 시장에서 스몰딜(소규모 M&A)이 잇따르고 있다. 사모투자펀드(PEF)가 딜을 주도했던 상반기와 달리 전략적 투자자(SI)가 기존 사업군과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M&A 시장 힘의 균형이 매도 희망자에서 매수 희망자로 옮겨가는 분위기"라며 "하반기에는 스몰딜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SI가 주도하는 스몰딜
투자은행(IB) 업계는 올 상반기 M&A 시장에서 거래대금 500억원 이하의 스몰딜이 70여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7월14일까지 이뤄진 확인 가능한 500억원 이하 스몰딜은 10건 가까이 된다. 500억~1500억원 규모의 딜까지 더하면 10~15건의 스몰딜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7월의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상반기 한 달 평균 스몰딜 건수와 비슷한 수준이 성사된 셈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최근 이뤄진 스몰딜의 상당수를 PEF가 아닌 SI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다. PEF들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영권까지 인수하는'바이아웃'딜에 적극 나서 M&A 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던 상반기와는 차이가 있다. 삼성중공업의 신텍인수가 대표적이다. "선박 건조 과정에서 선박용 보일러 등의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신텍을 인수했다"는 게 삼성중공업의 설명이다.
중견 PC 제조사인 모뉴엘의 잘만테크 인수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뉴엘과 잘만테크는 최근 이뤄진 M&A 이전에 사업상 협력 경험이 있다. 또 모뉴엘은 미주,잘만테크는 유럽과 아시아 영업 네트워크가 강해 서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활성화의 배경과 전망
증시가 뜨겁게 달아올랐고,전망도 장밋빛 일색이던 3~4월까지만 하더라도 소규모 M&A를 원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딜소싱(인수 대상 기업 물색)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인수 타깃이 된 기업 대주주들이 더 높은 '몸값'을 받기 위해 배짱을 부려 협상 막판에 딜이 깨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금융지주사가 중심이 돼 결성한 한 PEF의 경우 중견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기 위해 접촉했다가 계열 은행의 대출 금리를 대폭 깎아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받고 이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증시 조정으로 신중론이 확산된 5월 이후 M&A 시장의 주도권이 매도희망자에서 매수희망자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기업 가치가 더 이상 높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매도를 원하는 기업 오너들이 M&A에 대해 한 번 더 숙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우리금융지주 등의 매각이 마무리되면 당분간 M&A 시장에서 메가딜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구나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로 메가딜의 경우 매물이 나오더라도 인수 희망자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스몰딜은 인수희망 기업의 부담이 크지 않아 M&A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