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금융수사팀 분사무소를 내든지 해야지,원…." 윤갑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검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검이 탈세혐의를 받는 시도상선의 우리은행 홍콩지점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한 데 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였다. 윤 차장검사는 "요즘 문제된 역외 탈세나 외국회사 금융범죄 사건이 다 홍콩에서 이뤄졌다"며 "홍콩이 (해외 경제범죄의) 허브가 되는 듯하다"고 했다.

검찰이 지난달 주가연계증권(ELS)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한 로열캐나다은행(RBC)과 BNP파리바의 외국인 피의자들은 홍콩 지점에서 불법으로 지목된 주식거래를 했다. 같은 달 사기 혐의로 피소된 골드만삭스 직원은 홍콩에서 흥국생명 등을 상대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당시 문제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했다. 지난해 '11 · 11 옵션쇼크' 당시 도이치은행 직원들이 시세조종 의혹이 있는 주식거래를 한 주(主)무대도 홍콩이었다.

홍콩을 '은밀한 장소'로 삼는 일반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늘면서 검찰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1 · 11 옵션쇼크' 시세조종 사건에서는 홍콩 금융감독원과 협조해 현지에 있는 도이치은행의 외국인 직원 피의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조사받도록 압박했다. 그 결과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이 최근 검찰 소환조사에 응할 방침을 내비쳐 협의 중이다. 시도상선 사건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거래 은행의 외국 지점 금융거래 자료도 확보했다. 이 사건은 역외 탈세 수사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검찰의 노력이 아직 열매를 맺지는 못했다. 도이치은행 직원이 실제로 입국해 조사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도상선 수사도 어떻게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상선 회장은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새로운 수사방식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금융범죄는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법조 전문가들은 시도상선 사례를 본 은행들이 고객들의 은밀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 지점 금융거래 자료가 있는 서버를 아예 해외로 이전해버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는 검찰의 몫이다. 급변하는 경제수사 환경에서 제대로 적응하는지,검찰의 역량이 판가름날 또 하나의 무대가 펼쳐졌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