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4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정리해고 문제로 6개월 넘게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이곳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손 대표는 이날 민생 투어를 시작하면서 부산을 첫 방문지로 정했다. 한진중공업을 찾기 위해 일정을 조정한 것이다.

손 대표는 한진중공업 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노조측과도 만나 해법을 논의했다. 손 대표는 사측과의 회동에서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로 노동자의 권익을 지켜주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회사로 비쳐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의 사회적 윤리나 책임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제 진압은 자칫 제2의 용산참사를 가져올 수 있다”며 “김진숙 씨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인권 차원에서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손 대표는 고공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에게 전화로 위로를 전했다.

손 대표의 방문은 '노심(勞心) 잡기'를 통한 야권연대와 당내 선명성 경쟁과도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당내 대선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벌써 8차례나 현장을 방문했다. 경쟁적으로 현장을 찾고 있는 다른 야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당초 지난 2일로 예정했던 귀국 일정을 미룬 채 이날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은 지난달 17일 출국해 일본, 동남아, 유럽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27일 극적으로 파업을 풀기로 합의했다. 이달 중순엔 3년만에 처음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아시아계 선주와 컨테이너선 4척에 대한LOI(건조의향서)를 체결하느라 조 회장의 귀국이 늦어졌다”며 “이번 주말께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장기화되고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조 회장등 임원에 대한 배당 논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란/박동휘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