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석유화학 산업에서 쓰이는 핵심촉매 가운데 하나인 '제올라이트'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국가과학자인 유룡 KAIST 화학과 특훈교수(사진) 연구팀은 기존 제올라이트보다 기공(구멍)의 크기가 다양하고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 새로운 제올라이트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 연구 성과는 사이언스(Science)지 7월호에 실렸다.

제올라이트는 모래의 주성분인 실리카와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결정성 광물로, 내부에 작은 분자들이 드나들 수 있는 무수한 나노미터 이하의 기공들이 있어 반응대상 분자들이 드나들 때 촉매로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가솔린 생산 및 석유화학산업 전반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휘발유-경유-등유 등으로 분리하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소량만이 분리되는 휘발유를 추가로 생산하기 위해 중유에다 제올라이트를 섞으면 휘발유를 확보할 수 있는 식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제올라이트는 내부 나노기공의 직경이 너무 작아 반응 대상 분자의 확산 속도가 느린 게 단점으로 꼽혔다. 촉매활성이 높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기존 나노기공보다 큰 직경의 기공이 동시에 위계를 갖고 배열돼 있는 3차원의 '육방 구조규칙적 위계 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신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룡 교수는 "작은 도로만 있어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에 큰 도로와 작은 도로를 유기적으로 배치하면 원활한 교통 흐름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수 설계한 계면활성제를 통해 제올라이트 구조를 조작함으로써 이 같은 성과를 냈다.

연구팀은 최근 미 엑슨모빌 등 주요 정유사에 관련 기술에 대한 검증을 의뢰했다. 앞서 유 교수팀은 2차원 초박막 제올라이트 물질을 합성해 네이처지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유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제올라이트는 이상적이고 안정적 구조를 갖춘 데다 강산성을 띠고 있어 200여 가지가 넘는 기존 제올라이트들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제올라이트

모래 주성분인 실리카와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결정성 광물로 화학산업에 사용되는 고체촉매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