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빛나는 환희의 세상…그림으로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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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박은숙 씨 개인전
"그림과 인연을 맺으면서 제 인생이 풍요로워졌죠.세상의 모든 것을 껴안고 또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었거든요.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는 산사나이들처럼 오늘도 그 느낌으로 붓질을 이어갑니다. "
오는 20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여는 서양화가 박은숙 씨(54 · 사진).그는 추상과 구상,미니멀리즘과 표현주의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양의 명상과 서양의 이념'을 한 화면에 녹여내는 중견작가다. 어린 시절 고향(대구)에서 봤던 별이나 달,해,산,집,꽃과 새를 삼각형과 원 모형으로 압축해 그리고 있다. 서울,도쿄,베를린,뉴델리,스톡홀름 등 국내외에서 30여회의 개인전도 열었다.
그는 "제가 제 마음의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길에 그림은 영원한 친구"라며 "화필의 한 획 한 획은 결국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삶의 활력소"라고 말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리는 게 그림이지요. 치장하지 않은 비움과 털어버림….들이나 야산에 나가면 다 익은 것도 있고,아직 손봐야 할 것도 있잖아요. 그러다 때가 되면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죠.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
그는 "맑은 물이 얼굴을 비추듯 상응하고 조응하는 공간을 창출하는 게 제 조형론"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용인 수지로 이사해 작업도 그곳에서 한다.
"갑갑해서 어떻게 이런 곳에 사느냐고들 하지만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자연이 있어요. 환희,찬미,기쁨,기도,영광,하모니가 있는 세계를 묘사할 수 있는 동화적 공간이죠.하루종일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 누구나 시인이 되는 곳인 동시에 성지 같은 장소예요. 화가는 정원을 가꾸는 사람과 같다는 마티스의 말에 공감해요. "
1979년 홍익대 대학원 시절 만나 결혼한 남편(정은기 국립서울병원장)의 적극적인 지원도 그림 그리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남편을 "동네 산책할 때 입고 나가는 트레이닝복처럼 편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광활한 우주의 풍경을 전통 오방색으로 뽑아낸다. 하얀색과 파란색,황색,초록색 등으로 칠한 하늘이 반짝반짝 빛나면서도 보일 듯 말 듯한 시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묘사적이거나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빛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것 같은 질감을 느끼게 한다. 무수한 삼각형의 꼭짓점이 모두 하늘을 향하고 있는 작품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기원''환희'시리즈와 한지 작업,설치 작품 등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2)736-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