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가장 확실한 실적 보증수표인 '수주'에 열광하고 있다.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이에 따라 블록딜에도 예상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CC는 전날 보유중인 만도 주식 310만7062주(17.1%) 가운데 절반 가량인 160만주를 5~9% 할인된 가격에 블록딜로 매각하기 위해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2배에 달하는 수요가 몰리자 KCC는 블록딜 물량을 보유주식 전량으로 늘렸고 이날 시간외대량매매를 통해 6369억4700만원에 처분했다.

이같이 KCC의 만도 지분 블럭세일이 성황을 이룬 것은 만도의 수주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주가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만도는 올해 4조3000억원 수준의 매출 목표에 5조원 이상의 수주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상반기에 이미 3조4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이끌어 냈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6조원 이상의 수주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고태봉 IBK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만도 주가는 수주에 초점을 맞춰 움직이는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며 "닛산, 크라이슬러 등 추가적인 수주모멘텀이 아직 왕성하게 남아있다"고 밝혔다.

고 애널리스트는 "할인폭이 크고, 블럭규모가 큰 만큼 단기매매 유혹은 크겠지만 결국은 오버행(물량부담) 이슈의 소멸로 또 한번의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반기에도 수주는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주에 초점을 맞추는 흐름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경우 업사이드는 추가적으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유일의 산업용 가열로 전문기업인 제이엔케이히터도 이달 들어 급등하면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 현재 제이엔케이히터는 전날보다 900원(4.29%) 오른 2만1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들어 34% 이상 급등한 것이다.

제이엔케이히터의 강세도 수주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수주 목표치가 1200억원인데 상반기 수주 잔고가 1000억원 가까이 달성됐다"며 "하반기에도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올해 목표치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규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제이엔케이히터의 2010년 연간 수주가 737억원이었고 2011년 연간 수주 목표는 1200억원 이었지만 상반기에만 약 1000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하면서 2011년 기존 목표를 크게 초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플랜트 시장 확대 속에 중동을 비롯한 국내외 대형 발주가 예상돼 사상 최대의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이엔케이히터측은 올해 1500억원 이상의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5대 절삭공구 업체인 와이지-원도 마찬가지다. 와이지-원은 같은 시간 현재 1만3500원에 거래돼, 올들어 225% 이상 급등했다. 전날에는 1만405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와이지-원의 급등세도 끊임없이 밀려드는 주문 때문이다. 현재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기계산업과 자동차, 정보기술(IT)산업의 제조업 확대로 인해 수요 급증으로 절삭공구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지만 와이지-원은 모든 주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익률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높은 물량 수요로 인해 신규 수주분은 단가 인상을 연초대비 3회 실시해 높은 수익율 물량만 선별 수주하고 있다"며 "향후 급격한 실적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이 '수주'에 주목하는 것은 가장 확실한 투자포인트 가운데 하나기 때문이다. 고태봉 애널리스트는 "불투명한 미래의 이익을 할인해서 현가화 시키는 것을 시장에선 부정적 의미로 '땡겨쓴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매우 꺼리는 밸류에이션 방법"이라며 하지만 "수주는 공시가 되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매우 구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초기에 조선주에서도 수주냐 당해년 매출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결국 시장은 수주에 손을 들어줬다"며 "자동차 부품주도 해외부품의 2~3년 후 수주가 공표되면서 '수주'가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