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담보부증권(CDO) 사기판매' 여부를 놓고 판매사인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국내 흥국생명 · 흥국화재가 본격적으로 법리 공방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당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CDO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속이고 팔았느냐가 쟁점이다. 미국에서는 관련 민사소송이,한국에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미국 뉴욕연방법원에 낸 손해배상 · 청구소송에 대해 "소송을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지난달 말 법원에 제출했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답변서를 준비 중이다. 두 회사는 2007년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CDO인 '팀버 울프'에 439억원을 투자，전액 손실을 보자 소송을 냈다. 골드만삭스가 팀버 울프에 대해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다"고 속여 판매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지난달에는 사기 혐의로 골드만삭스 홍콩 지점 직원 박모씨와 본사 외국인 직원 등 9명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 고소했다. 이 건은 도이치은행의 '11 · 11 옵션쇼크' 시세조종 혐의 등 외국 금융사 사건을 주로 맡는 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이석환)가 수사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사기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뉴욕연방법원에 낸 소각하 의견서에서 "골드만삭스도 팀버 울프를 흥국생명 등에 판매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에서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에만 유일하게 팀버 울프를 판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 등은 2003년께부터 CDO에 투자했다. 2007년 팀버 울프에 투자할 당시에는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불거져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알만한 상황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흥국생명 측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기가 힘들었다"고 반박했다.

골드만삭스 사내 메일에서 팀버 울프에 대해 'X(shit)같은 상품'이라고 적시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흥국생명 등은 "팀버 울프가 제대로 된 상품이 아니란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자사도 팀버 울프 판매로 손실을 입은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지난해 7월 CDO를 판매하면서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투자자를 호도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인 5억5000만달러의 합의금을 내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