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부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골프장(파70)에서 열린 제140회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의 최대 화제는 아마추어 톰 루이스(20)의 '깜짝 선두'였다. 아마추어가 메이저 대회 선두에 나선 것은 1976년 US오픈 2라운드에서 3타차 선두에 나섰던 마이크 레이드 이후 35년 만이다. 브리티시오픈으로만 보면 1968년 마이클 보날랙 이후 처음이다.

루이스는 첫날 5언더파 65타로 자신의 생애 첫 메이저 대회에서 아마추어 최소타 신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전에는 66타가 세 번 있었다. 프랭크 스트라나한(1955),타이거 우즈(1996),저스틴 로즈(1998) 등이 기록했다.

◆이름을 따라 지은 톰 왓슨과 동반

루이스의 아버지 브라이언은 한때 유러피언투어에서 뛰기도 했으며 현재는 티칭프로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아들을 낳자 다섯 차례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을 지낸 톰 왓슨의 이름을 따 톰이라고 이름지었다. 동생은 잭 니클라우스의 이름을 본떠 잭이라고 지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루이스는 왓슨과 한 조에 편성됐다. 루이스의 첫날 가장 큰 목표는 왓슨 앞에서 떨지 않는 것이었다. 루이스는 "화요일에 왓슨을 찾아가 먼저 나를 소개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첫날 티샷할 때 너무 떨릴 것 같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왓슨은 2년 전에도 당시 16세 아마추어였던 이탈리아 마테오 마나세로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마나세로는 공동 13위로 경기를 마쳤고 왓슨은 우승 문턱까지 갔다. 61세인 왓슨은 "루이스는 내 손자뻘이다.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 즐거웠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공격적인 퍼팅을 보면서 스무 살 때 내 퍼팅이 떠올랐다. 새로운 젊은 유망주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독서 장애'로 골프에 전념

루이스는 '독서 장애'를 갖고 있어 학교 공부에 지장을 받았다. 그래서 골프를 택했고 16세에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골프에만 전념했다. 그는 2년 전 이 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소년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현재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산정하는 세계 아마추어 랭킹 13위에 올라 있다.

브리티시오픈 예선전에서는 63타와 65타를 쳤다. 연초 두바이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에서는 커트를 통과하기도 했다. 9월 워커컵이 끝나면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루이스의 고향은 닉 팔도와 같은 런던 근교 웰인가든시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팬인 루이스는 "팔도는 메이저에서 6승을 했다. 난 7승을 하고 싶다. 베컴이 항상 등번호 7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번홀까지 퍼트 단 8개

루이스는 첫날 8번홀까지 퍼팅을 8번밖에 하지 않는 놀라운 기량을 선보였다. 3,7,8번홀에서 버디를 낚았고 나머지 1,2,4,5,6번홀에서 그린 미스 후 어프로치샷을 잘 붙여 1퍼트로 마무리하며 모두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11,13번홀의 보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14번홀부터 17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솎아냈다. 14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에지까지 보낸 뒤 2퍼트로 마무리해 버디를 잡았고 15번홀에서 6번 아이언샷을 1.8m에 붙여 버디를 추가했다. 16번홀(파3)에서는 송곳 같은 7번 아이언샷으로 1.2m 버디를 더했고 17번홀에서 6m 버디 퍼트를 떨궜다.

루이스는 2라운드에서 버디 1개,보기 5개로 4오버파를 치며 중간합계 1언더파로 마쳤다.

▶16일 0시 현재

왓슨은 이글 1개,버디 3개,보기 5개를 엮어 이븐파로 중간합계 2오버파로 커트를 통과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