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휴대폰을 도청한 혐의로 타블로이드 주간지를 폐간하고,영국 위성방송 BSkyB 인수에 실패한 루퍼트 머독(사진)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조사까지 받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FBI가 미 상원의 요청에 따라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제리 록펠러 상원의원이 머독에게 상원 출석과 휴대폰 해킹에 대한 증언을 요구한 지 하루 만이다. AP통신은 "머독이 80평생 최대 위기에 몰렸다"고 전했다.

상원이 제기한 뉴스코프의 혐의는 휴대폰 해킹으로 최근 폐간된 영국의 '뉴스오브더월드(NoTW)' 등 뉴스코프의 자회사들이 9 · 11 테러 희생자들의 전화도 해킹했다는 것이다.

또 상원은 뉴스코프 계열사가 영국에서 저지른 범법행위가 미국법에도 저촉되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사는 FBI의 뉴욕 지부가 맡았다.

뉴스코프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머독의 '미디어 제국'은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 내 머독의 언론사 27개의 사업허가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독은 미국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 폭스TV 뉴욕포스트 등을 소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머독이 NoTW 폐간으로 위기를 넘기려 했지만 시련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영국에서 뉴스코프 계열사인 선데이타임스가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의 금융 및 재산 정보,장애인 아들의 지병과 관련한 의료 기록 등을 빼낸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브라운 전 총리는 선데이타임스와 더선 등 머독 소유 언론과 범죄자들 간의 연계 의혹을 제기했다.

경쟁 매체들도 앞다퉈 비난에 나서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NoTW의 문제를 알았으면 WSJ를 머독에게 팔지 않았을 것"이라는 WSJ 매각 당사자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머독은 탁월한 능력을 가졌지만 배신을 일삼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머독과 아들 제임스는 19일 영국 하원이 요청한 출두에 응하기로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