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내부의 정치적 불안이 시장 위기로 이어졌고 공포가 증폭됐다. '(파이낸셜타임스) 최근 이탈리아의 위기 뒤에는 정치권이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유발한 정권 내부 갈등이 시장의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경제지표로 보면 이탈리아는 디폴트를 언급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0%로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두 번째로 높지만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작년 4.6%로 유로존 평균(4.3%)을 약간 웃돈다. 유로존 2위인 프랑스(6%)보다 낮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정치 불안은 최근 베를루스코니의 위기에서 불거졌다. 1994년 첫 당선 이후 세 차례 연임해 올 7월까지 8년10개월간 집권하며 이탈리아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 그는 재임기간 내내 세금 포탈,뇌물,불법 정치자금 조성,마피아 연루 의혹 등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존력을 보인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올초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다시 위기에 빠진 그는 최근 지방선거 패배와 국민투표 부결로 궁지에 몰렸다.

결정타는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과의 불화에서 나왔다. 트레몬티 장관은 2014년까지 지출을 480억유로 줄이는 재정감축안을 내놨다. 작년 GDP 대비 4.6%였던 재정적자율을 올해는 3.9%,2014년에는 0.2%까지 낮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법안에 자신 소유인 핀인베스트홀딩스에 부과된 7억5000만유로의 벌금 지급 유예 조항을 사전 협의 없이 포함시킨 것을 트레몬티 장관이 뒤늦게 알게 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긴축안 처리는 늦어졌고 불안감 확산으로 헤지펀드들은 이탈리아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 뒤늦게 베를루스코니는 의회에 재정감축안을 신속히 채택해줄 것을 호소했고 14일에야 상원을 통과했다.

연금 및 무상 의료 등 인기 위주 정책이 화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남성은 65세,여성은 60세에 은퇴하면 직전 평균 임금의 70%를 연금으로 받는다. GDP의 20%,정부 지출의 40%가 복지예산으로 쓰이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