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 선출이 또다시 무효화됐다.

선종구 하이마트 대표가 지난 3월 회장직을 사퇴한 후 KLPGA는 세 차례 새 회장을 선출했다가 모두 무효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두 번은 정족수 미달이었고 이번에는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임시총회를 소집해 법원으로부터 무효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지난 13일 김미회 전 KLPGA 전무가 제기한 '이사 직무 집행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구옥희 회장과 강춘자 수석부회장,이기화 부회장,송이라 전무,한소영 이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현 집행부는 법적인 권한을 잃게 됐다.

재판부는 "임시총회 소집 권한을 갖고 있는 신청인(김 전무)이 임시총회 소집 요구를 기피했다고 볼 수 없다"며 "임시총회는 소집 권한이 없는 대의원들이 소집해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구 회장의 직무집행 정지 기간 중 김대식 변호사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KLPGA는 선 회장이 사퇴하자 3월24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한명현 수석부회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했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효화됐다. 다음날 열린 정기 총회에서 구옥희 부회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했으나 이번에도 정족수를 미달했다.

그런데 회장 선출 직전 부회장단(한명현 구옥희 강춘자)은 선 회장 사퇴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이로 인해 회장 선출이 무효화되고 부회장단이 모두 사퇴하면서 김 전무가 정관에 따라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김 전무는 절차를 밟아 임시총회를 소집하려 했으나 선수 출신 이사들이 '김 전무가 총회 소집을 거부한다'며 김 전무의 직무대행을 저지했다.

이들은 4월7일 51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어 김 전무와 박영응 등 사외이사를 해임하고 구 부회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그동안 협회가 한 행위는 모두 무효가 됐다. 특히 협회는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던 날 올 시즌을 포함해 2013년까지 KLPGA 공동주관방송사로 J골프와 SBS골프를 선정하기도 했다.

골프계는 선수 출신의 강성 간부진들이 모두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이 협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