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은행에서는 자금이 점차 빠져나가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은행의 실세총예금 잔액은 860조7463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5144억원 감소했다. 실세총예금은 지난달 8조1348억원 증가했지만 이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기예금 등 저축성 예금은 3조9778억원 늘었지만 보통예금 등 요구불 예금이 5조4922억원 줄었다. 저축성 예금 중에서도 수시입출식 예금은 올 들어 7조원가량 감소했다. 은행 계좌에 머물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중에도 정기예금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기예금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1조6836억원 늘어 증가폭이 지난해 하반기의 24조2088억원보다 커졌다.

정기예금이 증가한 것은 개인 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중에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초부터 저축은행 부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일부 저축은행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난 것도 은행 예금이 증가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예금 금리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지난해 말 대비 0.5%포인트 안팎 인상하면서 예금 유치에 나섰지만 그 뒤로는 금리에 큰 변화가 없었다. 국민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 금리는 최고 연 4.1%로 지난 4월 이후 그대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 저축성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며 "정기예금이 매달 1조~2조원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 입출금식 단기성 수신은 감소하고 있는것으로 미뤄 증시로의 자금 이동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