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장 3주 동안 전화 두 번…다섯 살 아들이 출장가지 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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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승연 평창올림픽유치위 대변인 인터뷰
실사 때 2018명 합창 감동적…예상질문 500개 놓고 PT연습
인생의 목표는 '행복한 가정'
실사 때 2018명 합창 감동적…예상질문 500개 놓고 PT연습
인생의 목표는 '행복한 가정'
"한국에 돌아와서 다섯 살 난 아들이 절 처음 보자마자 '이게 마지막 출장이지?'라고 묻더군요. 제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출장도 참고 견뎌준 가족의 힘이 컸어요. "
유창한 영어와 불어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프레젠테이션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나승연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나 대변인은 15일 서울 태평로 유치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인생의 궁극적인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행복한 가정"이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해외 출장 중 당연히 아들과 남편이 많이 보고 싶지만 오히려 전화나 문자를 자주 안해요. 마음이 약해지고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남아공 더반 출장 땐 3주 동안 전화를 두 번밖에 안했어요. 가족들이 항상 잘 견뎌주고 잘 참아줬기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 있었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나 대변인은 이제 다시 '엄마'로 돌아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남편은 주말에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들과 둘이서 함께 여행을 다닌다"며 "요즘엔 서울의 재발견에 빠졌다"고 말했다.
더반에서 평창에 승리를 안겨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프레젠테이션을 진두지휘한 그는 성공 비결로 '진정성'을 꼽았다.
"지난 두 번의 실패로 경험도 쌓았고 '새로운 지평'이라는 메시지가 좋아서 자신감이 있었어요. 동계올림픽을 진심으로 원하는 마음을 담아 표현했더니 부동표를 잡는 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준비한 것의 100%를 보여줬어요. IOC 위원들은 프레젠테이션 덕분에 평창이 5~10표는 더 받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
그는 "그런 진정성은 동계올림픽을 원하는 국민들이 전해준 진한 감동에서 나왔다"고 했다.
"올초 IOC의 현장 실사 때 가는 곳마다 두세 살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어른들까지 겨울의 추위에도 수시간 전부터 나와 응원해줬습니다. 강릉 컬링장에 갔을 때 2018명이 부른 합창은 감동적이었죠.그 감동을 간직하고 프레젠테이션에서 되살리려고 애썼습니다. "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다. 지난 5월 스위스 로잔에서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테크니컬 브리핑은 평양과 헷갈릴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평창을 알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회였다. 그는 "IOC 위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예상할 수 없어서 500개의 질문을 놓고 몇 주에 걸쳐 입이 마르도록 답변을 완벽하게 연습했다"며 "그런데 정작 나온 질문은 9개였다. 평창엔 눈이 많다는 기본적인 것까지 설명하며 동계올림픽을 잘 치를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은'전화위복'의 상황이 연출됐다. 그는 "조양호 위원장 프레젠테이션 도중 주최 측 실수로 IOC 노래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모두가 긴장했지만 조 위원장은 오히려 침착하게 또박또박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더라"며 "나중에 물어보니 IOC 위원들은 그 노래가 효과음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들의 계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7년 동안 꾸준히 동계스포츠를 키워주시고 사랑해주세요.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관심 가져주세요. 많은 IOC 위원들이 참석하는데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도 스탠드를 가득 메울 수 있다는 국민적인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유창한 영어와 불어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프레젠테이션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나승연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나 대변인은 15일 서울 태평로 유치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인생의 궁극적인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행복한 가정"이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해외 출장 중 당연히 아들과 남편이 많이 보고 싶지만 오히려 전화나 문자를 자주 안해요. 마음이 약해지고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남아공 더반 출장 땐 3주 동안 전화를 두 번밖에 안했어요. 가족들이 항상 잘 견뎌주고 잘 참아줬기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 있었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나 대변인은 이제 다시 '엄마'로 돌아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남편은 주말에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들과 둘이서 함께 여행을 다닌다"며 "요즘엔 서울의 재발견에 빠졌다"고 말했다.
더반에서 평창에 승리를 안겨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프레젠테이션을 진두지휘한 그는 성공 비결로 '진정성'을 꼽았다.
"지난 두 번의 실패로 경험도 쌓았고 '새로운 지평'이라는 메시지가 좋아서 자신감이 있었어요. 동계올림픽을 진심으로 원하는 마음을 담아 표현했더니 부동표를 잡는 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준비한 것의 100%를 보여줬어요. IOC 위원들은 프레젠테이션 덕분에 평창이 5~10표는 더 받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
그는 "그런 진정성은 동계올림픽을 원하는 국민들이 전해준 진한 감동에서 나왔다"고 했다.
"올초 IOC의 현장 실사 때 가는 곳마다 두세 살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어른들까지 겨울의 추위에도 수시간 전부터 나와 응원해줬습니다. 강릉 컬링장에 갔을 때 2018명이 부른 합창은 감동적이었죠.그 감동을 간직하고 프레젠테이션에서 되살리려고 애썼습니다. "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다. 지난 5월 스위스 로잔에서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테크니컬 브리핑은 평양과 헷갈릴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평창을 알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회였다. 그는 "IOC 위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예상할 수 없어서 500개의 질문을 놓고 몇 주에 걸쳐 입이 마르도록 답변을 완벽하게 연습했다"며 "그런데 정작 나온 질문은 9개였다. 평창엔 눈이 많다는 기본적인 것까지 설명하며 동계올림픽을 잘 치를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은'전화위복'의 상황이 연출됐다. 그는 "조양호 위원장 프레젠테이션 도중 주최 측 실수로 IOC 노래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모두가 긴장했지만 조 위원장은 오히려 침착하게 또박또박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더라"며 "나중에 물어보니 IOC 위원들은 그 노래가 효과음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들의 계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7년 동안 꾸준히 동계스포츠를 키워주시고 사랑해주세요.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관심 가져주세요. 많은 IOC 위원들이 참석하는데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도 스탠드를 가득 메울 수 있다는 국민적인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