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장화 등 '레인' 아이템은 조기 품절
올 여름 장마가 길어지면서 상품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름 대표 제품인 빙과류와 스포츠 이온음료,맥주 등은 성수기 효과는커녕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한창 팔려야 할 수영복 등 바캉스 용품도 찾는 수요가 적어 매출이 답보상태다. 삼계탕 치킨맥주집 등 식당들도 예년과 같은 '여름 특수'를 누리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우산 우의 장화 제습기 등 장마용품은 날개돋친듯 팔려나가고,레인코트 레인부츠 등 '레인 패션' 아이템은 조기 완판돼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빙과 · 자외선차단제 · 수영복 판매 부진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연일 이어지는 장맛비로 빙과류와 아이스크림,맥주 판매가 크게 줄었다. 롯데슈퍼에서 최근 한 달간 빙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8%가량 감소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빙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줄어들었다.
작년에는 비교적 강우량이 적은 '마른 장마'가 이어진 반면 올해는 집중 호우를 동반한 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어 전년 대비 감소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는 "빙과는 6~9월에 연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데 이번 장마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유통업체와 할인 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날씨로 인한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여름철에 비중이 높은 맥주 매출도 감소세다. 같은 기간에 세븐일레븐에선 8.6% 감소했고 롯데슈퍼에서도 0.5% 감소했다. 이마트에서도 최근 한 달간 전체 주류 매출이 2%가량 감소했다. 막걸리 판매가 5% 정도 늘어났지만,여름 메인 품목인 맥주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스포츠 이온음료 매출도 세븐일레븐에서 12.6% 줄어들었다.
자외선차단제 수영복 등 바캉스 용품도 '여름 특수'가 사라졌다. 롯데백화점에서 올 들어 두 자릿수 신장세를 이어가던 화장품 매출 증가율은 이달 1~14일에는 전년 동기 대비 6.8%로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여름철 대표 인기상품인 자외선차단제 매출 신장세가 둔화된 탓"이라며 "장마로 인해 바캉스 준비를 미루는 고객들이 늘면서 수영복 매출도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장마용품
우산 우의 제습기 등 비 관련 용품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마트에선 최근 한 달간 우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증가했고 장화는 107% 늘었다. 롯데마트의 우산과 비옷 매출도 65%와 20%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접이식 우산이 505.3%,긴우산은 830% 판매가 늘었다.
이마트에선 최근 한 달간 에어컨 매출은 8% 감소했지만,제습기는 198% 급증했고 제습제도 25%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찍 시작된 장마에 맞춰 준비한 상품들의 매출이 마트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마른 장마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레인 상품'들이 올해는 효자 품목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긴 장마로 레인코트 레인부츠 등 '레인 패션'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일부 품목은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LG패션 아웃도어브랜드 '라푸마'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레인코트 생산량을 40%가량 늘렸고 레인부츠도 처음 내놨다"며 "핑크를 포함한 일부 색상 품목은 2차 생산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삼계탕과 치킨생맥주집도 손님'뚝'
삼계탕음식점과 치킨생맥주집 등 여름에 성수기를 누리는 외식업소들은 올해 길어지는 장마로 손님이 줄면서 예년과 같은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최재정 사장은 "이달 들어 매출이 평소에 비해 오히려 20%가량 줄었다"며 "초복에도 많은 비가 내리는 통에 예년보다 손님이 적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회현동에 있는 '뽀뽀치킨' 관계자는 "평소 주중 저녁에는 1~2층이 꽉 들어찼지만 최근 며칠 동안에는 비가 내려 한산했다"고 말했다.
송태형/조미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