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팀의 최주홍 연구원(24 · 사진)은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자동차부품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최 연구원은 입사 직전 미스유니버시티 한국대회에 한국외대 대표로 본선에 진출했다. 미스유니버시티는 대학생들이 출전해 지성과 미모를 겨루는 대회다.

최 연구원은 15일 "별 준비 없이 나갔던 예선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생각지도 않게 본선에 올라갔다"며 "입사를 앞두고 있어 망설였지만 학교 측 추천도 있고 해서 본선대회까지 나갔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의 미스유니버시티 대회 출전 소식은 소문이 빠른 여의도에서 금방 퍼졌다. 입사 초기 최 연구원의 사진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의 메신저에까지 오르내렸다. 본선에서 순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증권가에 미모의 여성이 등장했다는 얘기다.

최 연구원은 이 같은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초반에는 외모 때문에 관심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투자정보"라고 강조했다. 또 "내공을 착실하게 쌓아야 할 시기에 업무 이외의 일로 유명해지는 것이 싫다"며 불편한 심기를 털어놨다.

최 연구원이 애널리스트의 꿈을 꾸게 된 것은 직접 주식투자를 시작한 대학교 1학년 때부터다. 그는 "대학교 입학 때 받은 장학금과 용돈을 합쳐 기아차와 삼성전기 주식을 샀다"며 "이때부터 주식에 직접 투자하면서 투자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1만5000원 선에 매입한 기아차 주식은 작년 말 자동차 관련 애널리스트가 되면서 준법감시 문제에 걸려 4만7000원에 팔았다. 3만5000원에 매입한 삼성전기(15일 종가 9만2200원)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자신의 '장기투자'가 성공한 비결에 대해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6년 초 기아차는 실적 부진과 노조 파업으로 주가가 떨어져 있었지만 현대차가 존재하는 이상 낙폭을 만회할 수 있다고 봤다"며 "처음 생각한 투자 기준에 확신이 있었던 만큼 주가가 추가 하락해도 계속 보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 같은 투자경험을 살려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치주를 발굴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1994년 상장 이후 관련 보고서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LPG엔진 부품 생산업체 모토닉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지난 5월 발간한 것이 단적인 예다. 최 연구원은 "작년 말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2089억원으로 자사주를 제외한 시가총액의 95%에 이른다"며 "가솔린엔진 및 하이브리드엔진 분야로 다변화한 제품군에서 연말부터 실적 호전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는 노력하는 만큼 실력으로 이어지는 '정직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투자자들이 믿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좋은 종목을 발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