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 불안의 여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주식을 싸게 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박상훈 대우증권 주안지점장은 "요즘 개인 고객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이번 주 초에는 LG전자 주식을 1억원어치 사달라는 고객도 있었다"고 15일 객장 분위기를 전했다.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개인은 순매수를 확대하고 있다. 개인 순매수로 잡히는 자문형랩도 주식 비중을 높이면서 '사자'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시중 자금이 증시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객예탁금 증가폭 사상 최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13일 17조6235억원으로 이틀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2조4억원 증가했다. 개인들이 이달 6000억원어치 판 것을 감안해도 실질 고객예탁금은 1조2000억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 자금은 이달 들어 12일까지 1조5677억원 감소한 증권사 MMF와 5조4922억원 줄어든 은행 실세요구불예금에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은 자금을 증시에 옮겨오는 것과 동시에 주식도 사들이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470억원,코스닥시장에서 330억원어치를 팔았으나 8~14일에는 1조73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들이 5일 연속 사들인 건 4월11~19일 7일 연속 이후 처음이다.

시장 내 개인 거래 비중도 높아졌다. 이달 코스닥시장 내 개인 비중은 92.11%로 3월 92.27% 이후 최대였다. 박 지점장은 "개인들은 올 상반기 상승폭이 컸던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보다는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오른 정보기술(IT)주나 코스닥 종목에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인 순매수에는 자문형랩의 주식 비중 확대도 한몫했다.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 자문형랩 잔액은 9조2170억원으로 3개월째 9조2000억원 수준에서 맴돌고 있으나 주식 비중은 시황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지난달에는 주식 비중을 70%대로 낮췄으나 현재는 90% 수준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그리스 재정 위기와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증시가 출렁인 지난 5월과 6월 국내 주식형펀드에 각각 1조7660억원,1조82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달 초 잠시 빠져 나간 자금은 12일 이후 사흘 연속 순유입세로 돌아섰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자금 흐름을 보면 경기선행지수 반등에 이어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꾸준히 증시로 자금이 들어왔다"며 "이번에도 이런 양상이 재현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한국투자 늘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한국 관련 주요 4개 글로벌 펀드에는 이번 주(7~13일) 7억91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한국 증시 비중이 높은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에 10억2100만달러가 들어오면서 4주째 유입 기조를 이어갔다. 아시아(일본 제외)펀드에도 6200만달러가 들어왔다. 선진국 비중이 높은 인터내셔널펀드(-2억5700만달러)와 퍼시픽펀드(-3500만달러)는 한 주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으나 전체적으로는 유입이 유출보다 많았다.

이민정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선진국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신흥시장 펀드에는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