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가격이 조금 떨어진 덕분에 거래가 트였었는데,이달 들어 가격이 오르자 거래가 다시 뚝 끊겼어요. "

15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상가에서 만난 장모 사장은 최근 상권 분위기를 묻자 주변 점포들을 가리키며 "손님 있는 곳이 거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금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친 · 인척의 돌잔치나 결혼 예물처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금을 사는 손님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국제금값이 상승하면서 국내 시세도 덩달아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귀금속업체 '한국금거래소'가 집계한 국내 금 도매가는 3.75g(한 돈) 당 21만7200원을 기록했다. 이는 부가가치세(10%)와 세공비(1만원 이상)가 제외된 금액이란 점을 감안하면,소비자들이 3.75g짜리 금반지를 살 때 내는 소매가는 25만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금 도매시세는 지난달 18일 21만6700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2일 20만9000원까지 내려가는 등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5일부터 꾸준히 올라 한 달도 안돼 역대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한국귀금속쓰리엠과 코리아골드밸류 등 다른 대형 금 매입업체들이 집계한 가격도 이날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금값은 국제 시세와 환율에 따라 움직인다. 최근 원 · 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제금값이 치솟은 탓에 국내 시세도 뜀박질했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의 달러화 매매 기준율은 지난달 27일 달러당 1086원에서 이날 1059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런던금시장연합회가 14일(현지시간) 고시한 현물 금값은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590.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온스당 1483달러와 비교하면 2주 만에 7.2%(107.5달러) 올랐다. 국내외 금 시세는 올 들어서만 20회 이상 사상 최고 신기록을 깨며 고공행진 중이다.

금값이 치솟자 귀금속 전문상가에는 금 장신구를 사러 오는 손님이 뚝 끊겼다. 종로 귀금속상가의 한 상인은 "금값이 급등해 올 상반기 판매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7월은 안 그래도 비수기인데 그나마 최소한의 손님마저 끊겨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