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투자자들은 금리가 낮은 은행이나 불안한 저축은행 대신 다른 금융투자상품을 찾고 있다. 이 중에 하나가 NPL(non performing loan)이다.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것으로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뜻한다.

서울 강남에 사는 정모씨는 1년 전 AMC(asset management company · 부실자산정리 전문회사)로부터 2000만원짜리 NPL을 샀다. 모 저축은행이 아파트에 대출해줬으나 대출금을 받지 못하자 부실채권을 NPL 도매 회사인 AMC에 넘긴 것.저축은행이 직접 경매를 신청,밀린 대출금을 받아낼 수 있지만 절차상 9개월 이상 걸린다. NPL은 일종의 '급매물 부실채권'이다.

정모씨는 담보로 잡힌 집이 법원 경매로 팔리자 1순위 저당권자로서 경락대금 중 2300만원을 받았다. 수익률로 치면 연 15%인 셈이다. 수익률이 이보다 높은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연 10%대의 수익률을 올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000만~2000만원을 투자해 짭짤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NPL이 요즘 화제다. 경매투자 아카데미에서도 NPL에 대한 강의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일본의 금융회사에선 한국의 NPL시장을 겨냥,상륙하기까지 했다.

외환위기 때 큰장을 형성했던 NPL 시장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정부가 금융회사에 대해 부실채권을 줄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라고 촉구해서다.

모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매각한 부실채권 규모가 4조원대에 이른다. 투자자 입장에선 수익을 내는 부실채권이 '물반 고기반'인 것처럼 보인다.

[Editor's Note] 돈 벌어주는 부실채권
하지만 돈 버는 게 땅 짚고 헤엄치기라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부실채권의 상태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NPL을 파는 AMC가 믿을 만한 회사인지도 체크해야 한다. 최종 투자자까지 가는 단계가 많을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중간에서 소개비를 챙기는 사람이 많아서다. 네 단계를 거쳐 NPL이 최종 투자자에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번 주부터는 바캉스 시즌이다. 먹구름이 끼었던 재테크 시장도 '알짜배기 채권' 같은 돌파구로 햇살이 비치기를 기대해본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