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값은 14주 연속 하락했다. 인구고령화와 주택보급률 증가로 인해 부동산 가격 침체,중대형 주택거래 감소 등의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후설계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70~80%에 이르기 때문이다. 은퇴 연령에 도달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부족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대거 매도한다면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며 '부동산 불패 신화'가 만들어진 일본의 경우 지난 20년(1991~2010년)간 6대 대도시를 기준으로 상업용지는 85.56%,주거용지는 65.26%(일본부동산연구소)까지 하락했다. 이미 2005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영향으로 최근에는 빈집이 날로 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달라서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이 불투명한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고령화에 따라 국내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 변수를 몇 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국제연합(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000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할 전망이다. 전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둘째 금융자산의 부족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금융자산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노후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해 조금씩 헐어쓸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6월에 발표한 자료(가계 저축 행태 및 자산구성 조사)에 따르면 향후 가계의 자산구성을 금융자산 확대 방향으로 조정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률이 23.6%에 달했다. 부동산을 늘리겠다는 계획(9.6%)보다 월등히 비중이 컸다. 부동산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하다 보면 부동산을 팔거나 규모를 줄여야 한다.

셋째 고령화로 인한 국가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이다. 노인이 많아지고 젊은이가 줄어듦에 따라 국가 전체의 구매력 감소와 사회보장 비용 급증 등으로 국가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 대책 등은 향후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연금과 의료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현재 제도 개선이 더디기만 한 실정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성으로 행복한 노후설계가 가능할까? 국민 개개인의 현명한 대처와 국가의 전향적인 정책실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