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세계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세계식량지수가 234포인트라고 발표했다. FAO는 곡물,육류,낙농품,설탕 등 55개 주요 농산물의 국제가격 동향을 확인해 매월 세계식량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234포인트는 세계적으로 곡물 공급이 크게 부족해 곡물 가격이 급등했던 2008년의 월평균 200포인트를 30포인트가량 웃도는 수치다. 작년엔 185포인트였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농산물 펀드다. 지난 한 달 동안 다른 원자재들과 더불어 농산물 가격이 조정을 겪으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농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다.

◆농산물펀드 수익률 회복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새 농산물펀드는 3.97%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2.39%로 부진했던 국내주식형 펀드와 대비된다. '미래에셋타이거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는 8.59% 수익을 거뒀고, '우리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 C-I'(7.17%) '신한BNPP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1 A'(6.70%)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 B'(4.15%)도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농산물 가격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농산물 수요는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생산은 경작지와 재배조건 등 작황의 영향을 받아 빠른 속도로 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식료품과 사료뿐 아니라 바이오 연료 수요도 더해지면서 수급이 빡빡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유리 미래에셋증권 금융상품마케팅팀 연구원은 "농산물의 주요 생산지인 남미와 호주에서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이 잇따라 일어나는 데다 이집트 튀니지의 정치적 불안과 인도 태국의 소비자물가 억제정책 등으로 수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며 "전 세계적으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재고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옥수수 재고비율은 5.5%로 1996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변동성과 정책리스크 주의

농산물 펀드는 크게 농산물지수에 투자하는 파생형 상품과 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상품으로 구분된다. 농산물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는 농산물 가격에 대한 반응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지수의 움직임이 바로 펀드 수익률로 나타나지만,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기업의 실적이 나오는 시점에서 수익률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데스몬드 정 블랙록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농산물은 기후나 공급망,정부정책 등 가격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며 "농업 관련 기업은 농산물 가격의 변동과 상관없이 농산물 수요 증가에 따른 비료나 기계설비 판매 증가로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펀드 투자 땐 정책 리스크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산물 가격이 높아지면서 신흥국 정부들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연구원은 "수입정책과 보조금 정책 등이 나오기 시작하면 투기세력이 빠져나가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정책이 지속되면 시차를 두고 곡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농산물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지만 단기적인 변동성 요인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