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스러운 정년퇴직을 했다. 모두들 수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와이프가 째려본다. 아! 내일부터 월급 안 나온다."

이는 연초 한 국내 대형 운용사가 자사의 '월 지급식 펀드' 상품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광고 문구이다. 직장인들의 준비안된 은퇴를 풍자한 것이다.

◆상반기 금융업계의 화두 '월 지급식 펀드'



월 지급식 펀드는 올해 상반기 금융시장의 화두 중 하나로 꼽힌다. 고령화 시대와 갈수록 빨라지는 은퇴시기에 발맞춰 노후자금의 중요성을 월 지급식 펀드의 장점과 적절하게 접목했다는 게 관련업계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월 지급식 펀드의 인기는 뜨거워지고 있지만, 이 펀드 상품에 대한 이해가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분배율에 집중한 금융업계의 마케팅과 언론매체의 관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의 핵심은 '절대 수익률'이지만, 증시 상황에 따라 원금도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금융상품들이 있는데 펀드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꾼 적립식 펀드오 자문형 랩 등이 그것"이라며 "이러한 대표 상품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게 바로 월 지급식 펀드"라고 말했다.

이 펀드는 무엇보다 2010년 하반기 인구구조의 변화와 저금리 기조에 초점을 맞춘 금융상품으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201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산율이 높은 시기에 태어난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됐다"며 "대략 55세의 정년 퇴직 연수를 감안할 경우 은퇴자의 수는 31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반면 이들 세대의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한 준비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31.4%가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입을 얻지 못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노후생활을 보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 애널리스트는 "베이비붐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추가적인 금융소득에 대한 수요가 강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매월 일정금액의 분배금을 지급하는 월 지급식 펀드가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퇴직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 입장에선 매달 월급처럼 생활비를 주는 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월 지급식 펀드의 삼총사 '주식혼합·채권혼합·해외채권'

현재 판매중인 월 지급식 펀드의 유형은 공모기준으로 주식혼합, 채권혼합, 해외채권 등 크게 세 가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식혼합형 월 지급식 펀드의 대표적인 매매기법은 변동성 매매다. 이는 저가매수와 고가매도를 반복해 수익을 쌓아나가는 구조로, 대략 30개에서 50개 종목으로 바스켓을 구성한 뒤 모든 종목을 상대로 변동성매매를 한다. 또한 주가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풋(put)옵션을 매수하기도 하고 오토스탁사의 자동매매시스템을 활용하기도 한다.

채권혼합형 월 지급식 펀드의 수익구조는 비교적 간단하다.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분배하는 형태이다. 다만, 세금이 문제다.

최 애널리스트는 "앞서 주식혼합형의 경우 주식 차익은 비과세이지만, 채권 차익은 15.4%의 세금을 물게 돼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채권보다는 조세협약이 맺어져 있는 브라질 채권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채권형 월 지급식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채권형 펀드는 세금 부분과 수익률 부분에서 채권혼합형 펀드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으나, 환율 변동 리스크에 쉽게 노출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 지급식 펀드 투자시 유의해야 할 것들은?

최 애널리스트는 "월 지급식 펀드의 인기는 뜨겁지만 상품에 대한 이해는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이는 1개월 마다 돈을 준다는 분배율에만 집중한 마케팅과 언론의 관심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월 지급식 펀드의 투자대상에 대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며 "주식혼합형은 위험자산인 주식의 편입비율이 최대 60%까지 가능해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가 나타난다면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장기간의 지수 조정 흐름에서는 분배금이 원금에서 지급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투자 초기부터 손실이 발생한다면 원금 회복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져 상황이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채권혼합형의 유의점은 결국 세금과 리스크"라며 "15.4%의 세금과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국내 채권만으로는 정해진 분배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한 채권상품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투자 대상이 되는 채권도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처럼 리스크가 동반되는 채권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 최 애널리스트는 "따라서 해당 국가의 금리 인상 여부와 환 위험, 조세협약과 정부의 제도 변경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특히 "월 지급식 메커니즘에 관해 인지해야 한다"며 "분배에 따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초래되는 원금 회손 여부에 대해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의 수익률이 낮으면 원금이 계속해서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큰 수익을 내야만 원금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원금에서 분배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배금 지급을 위한 정기적인 환매로 재투자 기회가 상실되며, 세금 관련 이연 효과도 사라진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 최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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