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이중섭·김환기·도상봉…대가들의 색다른 '畵音'
'국민화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도상봉 오지호 이우환 변관식 이상범 화백 등 교과서에서 본 대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관훈동 노화랑은 한국인의 심성과 우리 자연을 넉넉한 붓질로 아우른 그림만 모은 '한국의 자연과 향기'전을 오는 20일부터 27일까지 연다. 국내 화단의 거장들이 다져 놓은 한국 회화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짚어보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다. 6 · 25 전쟁을 전후로 활동한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출품작은 국내 화단 대표 주자 9명의 작품 17점.단연 주목되는 것은 한국 현대미술 개척자인 박수근 화백의 유화 '여인'(30×28.5㎝)이다.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여인네를 통해 한국적인 정서와 향토적 미감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2007년 '황소'가 35억6000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은 이중섭 화백의 유화도 나온다. 소를 중심으로 한 향토적 주제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게,물고기,가족을 화폭에 담아 자전적 요소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달항아리의 멋에 심취했던 김환기 화백의 점화와 추상화에서는 밝고 명쾌한 회화적 특징이 펼쳐진다.

평생 술을 벗삼아 예술을 즐긴 장욱진 화백의 동화 같은 작품 2점도 걸린다. 장 화백의 화풍은 동심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초가에서 뛰노는 아이,원두막,빨간 해,유유히 날아다니는 참새,강아지 등의 소재를 파격적인 구도로 배치한 그림이 토속적이면서 동화적이다.

국내 화단에서 정물화의 매력을 일깨워준 작가 도상봉의 '라일락',광주를 무대로 활동하며 '한국적 인상주의' 회화를 추구한 오지호 화백의 목련 그림도 눈길을 끈다.

청전 이상범이 산과 들을 독자적인 화풍으로 그린 '하경산수(夏景山水)',소정 변관식이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현대 화풍으로 제시한 '춘곡유거(春谷幽居)',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는 이우환의 1978년작 '선으로부터'도 우리 자연의 은은한 향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원류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