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의 최측근이자 뉴스인터내셔널(NI)의 최고경영자(CEO)인 레베카 브룩스(43)가 17일 경찰에 체포됐다. 머독이 소유한 다우존스의 CEO이자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인 레스 힌튼(67)도 이에 앞서 15일 전격 사임했다.

로이터통신은 머독이 소유한 영국타블로이드 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의 휴대폰 도청 사건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브룩스의 체포사실을 보도했다.
영국 경찰은 브룩스를 체포해 휴대폰 도청과 경찰에 대한 뇌물 제공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룩스 측은 그러나 성명을 통해 경찰 조사에 협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출석했다고 주장했다. 브룩스는 2002년 해킹 사건 발생 당시 NoW의 편집장을 지냈다. 머독은 해킹 파문이 불거진 이후에도 친딸같이 여기던 브룩스를 두둔해왔지만,결국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힌튼 역시 기자들과 만나 "(해킹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받은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NoW의 행동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내가 떠나는 것이 적절하다고 느꼈다"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힌튼은 NoW가 특종을 위해 2002년 납치됐다가 살해된 소녀의 휴대폰을 불법 도청했던 당시 NoW의 영국 내 모회사인 NI의 CEO(1995~2007년)를 지냈다.

NoW는 기술자를 동원해 소녀의 휴대폰에 남은 음성 메시지를 녹음하거나 일부 메시지를 지워 소녀의 가족에게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혼란을 안겨줬다. 힌튼은 해킹 파문 초기 영국 의회 청문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머독은 "힌튼과 52년 이상 함께 여행을 했다"며 "이번 항해가 예기치 않은 끝을 맞게 돼서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머독은 영국의 주요 신문 토요일 자에 전면 사과광고를 내고 "심각한 부정행위에 대해 사과하며 개인들이 고통을 받은 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피해보상을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이 NoW의 9 · 11 테러 희생자 해킹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 머독이 미국에서도 궁지에 몰렸다고 전했다. NoW는 불법 해킹 등이 드러나면서 설립 168년 만에 최근 폐간됐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