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놓고 2차 충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달라이 라마를 면담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달라이 라마는 '카라차크라'라는 대중 불교 의식을 열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와 티베트인 고유의 종교 문화 언어전통의 유지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내 티베트인들의 인권 보호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 측을 의식한 듯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이와 관련,"대통령이 미 · 중 파트너십 구축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독립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 측과의 대화가 곧 재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오바마는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 대통령으로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기본적 가치와 인권,종교의 자유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했다"며 "티베트와 다른 지역에서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달라이 라마에 대한 의전에 신경을 썼다. 오바마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가 아니라 사적 공간인 관저의 맵룸(Map Room)에서 회담을 가졌다. 회동 모습도 방송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들의 사전 경고에도 달라이 라마를 면담하자 격렬히 반발했다.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은 "이런 행위는 중국 내정에 대한 엄중 간섭으로 중국인의 감정을 해치고 중 · 미관계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의 로버트 왕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긴급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주미 중국대사도 미 국무부에 공식 항의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