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취재대상자에게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불리한 보도가 나갈 것"이라고 말했어도 협박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취재를 거부하는 취재원에게 "답변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모 주간지 부장급 기자 천모씨(50)에게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기자가 취재원에게 취재에 응해줄 것을 부탁하고 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취재 내용을 보도하는 건 기자의 일상적 업무"라며 "천씨가 취재원에게 폭언을 하거나 보도를 하지 않는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점을 볼 때 문제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취재에 응하라고 요구하고 불응하면 취재한 대로 보도하겠다고 한 행동이 설령 협박죄에서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 해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고 밝혔다.

천씨는 법무사 조모씨가 70대 노인에게 80억원 상당의 상가 등 재산을 증여받았는데도 노인을 방치하고 탈세를 했다는 제보를 받아 2008년 조씨를 두 차례 접촉해 취재에 응할 것을 요구하면서 "불리하게 보도할 수 있다"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천씨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