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제 꿈이고 즐거움이었는데,이젠 컴퓨터가 싫습니다. "

지난 6일 '고교생이 만든 '규혁롬',스마트폰 발칵 뒤집다'는 제목으로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주인공 이규혁 군이 충격에 빠져 있다. 한경닷컴을 통해선 기사가 100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유명세를 탄 것까지는 좋았는데,뜬금없는 인신공격성 댓글들이 난무한 것.급기야 자신의 블로그에 새로운 '규혁롬'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블로그 내 관련 내용을 삭제해버렸다.

이군은 스마트폰의 최적화 상태를 구현해주는 커스텀롬의 일종인 규혁롬으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아왔다.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형 스마트폰의 성능을 무료로 업그레이드해준 것.

그런데 기사가 나간 직후 그의 블로그 트위터 등에 악성 댓글들이 쏟아졌다. "고교생이 만들었는데 안 써봐도 알겠다. 바로 고장나겠네."(wedn****) "넌 10년 뒤에 컴퓨터 대리점이나 운영하며 살아갈 것이다. "(sorr****) "투자금 유치하려고 수작 부리네.쇼하면서 투자 지원금이나 두둑히 받아내겠지."(wjsf****) 등 근거 없는 악플들이 이어졌다.

그는 규혁롬 이용자들이 감사의 표시로 보낸 돈 전액을 지난달 굿네이버스에 기부할 정도로 상업성과 거리를 둬왔다. 최고의 개발자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해가는 학습과정의 일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군은 "옵티머스2X용 규혁롬은 제가 이미 약속했기 때문에 계속 개발할 계획이지만 당분간 다른 규혁롬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익명성을 이용해 근거없는 비아냥과 비난을 퍼붓는 것을 보면서 처음으로 회의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번 규혁롬 운영 중단은 한국 인터넷문화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사를 작성하기 직전에 이런 사태를 예감이라도 한듯,"우리 아들,너무 유명해지면 학업에 지장이 있을까봐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던 이군의 어머니 또한 시름에 잠겨 있다. 인터넷 악플의 심각성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처럼 고등학생을 상대로 '사이버 린치'를 가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섰다.

이규혁 군이 마음의 상처를 씻어내고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가 필요하다.

김주완 IT모바일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