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2000원대로 치솟은 기름값을 두고 정부와 업계가 '2라운드'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물가대책회의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적정 기름값은 1880원"이라며 자체 계산한 데이터까지 동원해 업계를 압박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화가 나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3개월간 업계가 '100원 인하 약속'은 제대로 지키지 않더니 시한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행태가 얄밉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하락하는 데도 주유소들은 더 많은 마진을 챙기고 있다며 별도의 보충 설명자료까지 돌렸다.

하지만 상황은 정부에 결코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 업계는 "3개월간 성의를 보였는데 정부가 한 것은 대체 뭐냐"며 오히려 정부를 비꼬는 분위기다.

시민단체도 겨냥한 화살의 절반을 정부로 돌리고 있다. 사실 정부로선 이달 7일 '100원 인하'조치 환원을 앞두고 고민만 하다 시간을 허비했다. 업계를 향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라"(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고 촉구한 게 전부다.

이쯤 되면 단골 메뉴인 유류세 인하 얘기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업계와 시민단체는 "탄력세인 유류세를 내리는 것이 수순"이라며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단호하다.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이 잡힌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수조원의 세수가 펑크 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이유다. 일각에선 기름값 급등으로 피해가 큰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라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대상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더 큰 일"(정부 관계자)이어서 말처럼 쉽지 않다. 한마디로 묘안이 없는 형국이다.

결국 "손해를 보고 공급가를 더 이상 내릴 수 없다"는 업계와 "유류세 인하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며 맞서는 정부,둘 중 하나가 포기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번 주도 기름값을 둘러싸고 2라운드 공방이 정점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코너로 몰린 정부가 '유류세 인하'라는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이번 주 발표되는 경기 관련 지표로는 한국은행의 '6월 어음부도율 동향'(19일)이 있다. 어음부도율은 중소기업들의 바닥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최근 경기 개선 추세를 반영해 점차 회복되고 있다. 지난 5월 어음부도율은 전월보다 0.04%포인트 낮아져 7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고 전국 부도업체 수도 123개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같은 날 금융계 인사와 연구소장 등을 불러 경제동향 간담회를 연다. 지난주 발표한 '2011년 하반기 경제전망'과 관련,각계와 의견을 교류하는 자리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5%에서 4.3%로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9%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내놓는다. 최근 권혁세 금감원장의 주 관심사 중 하나가 '소비자 보호'인 만큼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관행을 뜯어고치고 금융회사 책임을 강화하는 구체적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이 밖에 지경부는 18일 관계부처 합동 동반성장 현장 실태조사 결과를,재정부는 20일 기업현장 애로 해소방안을 발표한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 정책팀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