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콤씨,박카스,우루사….' 일반에 널리 알려진 국내 대표 의약품들이다. 이들 장수 인기 브랜드 덕분에 유한양행(삐콤씨)과 동아제약(박카스) 등은 국내 제약업계를 주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선 사정이 바뀌었다. 주력 제품의 부진으로 '제약 대장주' 자리를 녹십자에 넘겨줬다. 리베이트 조사,약가 인하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탓이다.

동아제약은 올해 연매출 목표를 9200억원으로 잡았지만 상반기 매출이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4380억원에 그쳤다.

대웅제약과 유한양행의 상반기 매출도 각각 3501억원과 3376억원으로 목표치를 밑돌았다. 두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올초 세운 연간 매출목표의 48.6%와 48.2% 수준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대대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주력 품목인 삐콤씨의 실적 악화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반면 만년 2위 그룹에 머물던 녹십자는 올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혈액제제 백신 등을 앞세워 수출을 늘리면서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드물게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표 제약주로 꼽히던 유한양행과 동아제약 등은 주가하락으로 시가총액이 쪼그라들었다. 유한양행은 1조5502억원(15일 현재)으로 올 들어 시가총액이 3381억원 감소했다. 동아제약도 1조43억원으로 3129억원 줄었다. 녹십자는 1조7012억원으로 3391억원이 늘었다.

이승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녹십자가 작년 상반기보다 수출을 22.9%(71억원) 늘리면서 선방했지만 대다수 상장 제약사들의 영업이익은 20% 가까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상위 제약사인 A사의 한 임원은 "조만간 추가적인 약가 인하가 발표되면 하반기에도 매출 성장을 이끌 요소가 없어 업계가 공멸 위기감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